갈잎에 띄우는 편지 /최 정신 > 영상시

※영상 : 향기초님.

♠ 갈잎에 띄우는 편지 ♠

                                 /최 정신 



마른 가을 산을 디딜 때마다
황토색 먼지가 푸석한 단풍에게 갈증만 보탰네
건기의 세월은 누구 탓도 아니지만 
괜스래 미안한 생각에 이 한 몸이 투신하여
물줄기가 될 수 있다면 
온 산야를 흠뻑 적셔주고 싶었네

간절한 것을 기도의 한 소절로 묵상한다면 
저 매마른 하늘에서 
그대의 입술을 축여줄 한 모금의 인심을 쏟아주려나
야박해진 것들이 
어찌 가을비 뿐일까만 
저물녘을 곱게 물들고 싶은 갈잎의 손짓이 
참 애처로웠네 
쥐어줄 것이 없는 발걸음만 천근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