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傳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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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5건 조회 1,634회 작성일 16-03-04 07:29본문
사진 : 여농 권우용님
글 : 마음자리
여농 권우용 선생님이 올려두신 광안루 사진을 보다가, 예전 뺑덕어멈전 후속으로 썼던 방자전이 떠올라
여농 선생님의 허락을 득하고, 방자 이야기를 사설체로 올려 봅니다.
봄 맞이 마당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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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밤늦은 시각, 하늘이 무슨 슬픈 일을 당했는지 천둥과 번개로 심하게 울었다.
뒤숭숭한 가운데 설핏 잠이 들었다가 목이 말라 몸을 일으켰더니, 꿈인지 생시인지 옛 옷을 입은 웬 낯선 사내 하나,
무릎을 꿇고 앉아 슬피 울고 있더라. 놀란 마음을 짐짓 감추고는 태연을 가장하며 어인 일로 야밤에 남의 침실에 들어 울고 있소
물어보았더니, 그 낯선 사내 털어놓은 사연인 즉슨...
저는 춘향전에 나오는 바로 그 방자이옵지요.
천계에도 여러 동아리 모임이 있사온즉, 제가 속한 동아리는 <고전 조연 동아리>입지요. 세상이 모두 다 주인공에게만 관심이 있고,
조연이란 것이 주로 주인공을 빛내는 역할이다 보니 혹은 악역을 맡고, 혹은 좀 모자라거나 혹은 모사꾼 협잡꾼 등을 맡은 연고로
천계에서도 영 대접이 시원찮은지라,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밝혀 우리의 권익을 찾아보자 하는 뜻으로 하나 둘 모이다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동아리입지요.
얼마 전 동아리 모임에서 방덕어멈을 만났습지요. 늘 오만상 찌푸린 얼굴로 천계를 좁다하고 돌아 다녔는데, 그날은 어찌된 판인지
하도 얼굴이 화사하길래, 곁에 있던 놀부영감과 같이 물어보았습지요.
마음자리 만나 원 풀었다더만요. 속이 시원하다고.
몇 백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고 보니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요즘 열심히 살빼기에 힘쓰고 있다더만요.
눈꼬리 흘리면서 요즘 염라대왕이 자기를 쳐다볼 때마다 눈알이 땡그랗게 커져서 걱정이라두만요. 웬 걱정인고 허니 정작 자신은
옥황상제에게 관심이 있는데, 염라대왕이 김칫국을 마신대나 어쨌대나...
그 방덕어멈 통해서 여러 이야기 전해듣고, 이제나 저제나 하계로 내려올 틈만 노리다가 오늘 상제와 대왕이 대취하야 싸움이 붙은
틈을 타, 번개 하나 날름 주워 타고 내려왔습지요.
"그렇다면 방자님도 가슴에 맺힌 그 무엇이 있단 말이요?"
"있다마다요. 기막히다 못해 절통하야 이승하직 할 적 눈도 못 감고 떠나왔습지요."
"그렇다면 내가 어찌해드리면 되겠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방덕어멈 때처럼 제 말 그대로 옮겨주기만 하면 됩지요."
그래서 귀 기울여 방자 말을 들었는데, 그 사연이 듣고 보니 하도 절절하여 시키지 않아도 손이 절로 나가 붓을 잡게 되더라.
때는 바야흐로 조선조 숙종 시대.
곡식 풍성히 결실 맺는 남원골의 가을, 성참판댁 너른 들에 웬 아낙네 하나 쪼그리고 앉아 안간힘을 쓰더라.
잠시 후 응아~ 우렁찬 울음과 함께 태어난 이 있었으니 그 이름 들판에 떨어진 돌멩이 같다하여 野石이 되었더라.
유복자로 태어났으니 기구한 팔자 이미 예견되었던 터, 핏덩이로 제 어미 젖 더듬어 찾아 악착스럽게 빠는 모습이 하늘 높은
황금들판이어서 더 처연해 보였더라.
그 이듬해 봄, 남원부 기생 월매가 성참판의 씨를 받아 드디어 고대하던 아이를 낳았으니 방에 향기 가득한 봄날에 낳았다 하여
그 이름을 춘향이라 지었더라.
비록 태평성대였다 하나 반상의 신분 엄연하던 시절에 유복자와 서녀로 태어난 이들, 가만히 두어도 서러울 그 삶들이 인연의 고리로
얽히고 설키는 그 긴 이야기를 옮겨 적으려니 내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려 술 한잔 곁들이지 않을 수가 없더라.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리 내어 읽어면서 따라서
옛말을 그대로 해 봅니다
실실 웃음도 나고 ~!
방자랑 놀부영감 그리고 뺑덕어멈 다 조연끼리 한자리에 모였구먼유~!!
마음자리님
대단하신 필력에 또 감탄 하는 아침입니다~!
봄날 늘 행복하신 날들되시고 건강 하시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판소리와 마당놀이 사설에는 꼭 해학이 들어있지요. 나름 그 해학들을
곁들이고 싶었는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여농권우용님의 댓글
여농권우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사진에 제 이름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작품을 올리는 어느 싸이트에서는 사진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기에
부득이 올리게 된 것입니다.
방자이야기 고운 작품 즐기다 갑니다.
아름다운 봄날에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기를 빕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연히 실명이 들어가 있어야지요.
제 글에 여농선생님의 사진을 같이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찬란한은빛소녀님의 댓글
찬란한은빛소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원 광한루도 보이는군요.
지난해 9월에 다녀 왔는데
바로 저 사진 장면이 제게도 있어 처음엔 가슴이 쿵쾅 띄었습니다.
제 것인 줄 알고 좋아 잠시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보니까 아니더라구요.
닉이 없었으면 제가 착각을 했을지도 모를일인데,
다행히 닉이 있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
좋은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마음자리님!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찬란한빛님,
그래서 얼른 여행정보방에 달려가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찬란한빛님의 전남 기행에 남원이 들어있네요.
올려두신 사진들이 제 글에 같이 붙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여농선생님 사진과 함께
번갈아 올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허락 주시기 전에 먼저 올렸습니다.
혹 저어되시면 말씀주세요.
해정님의 댓글
해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선조 숙종 시대.
이야기인간요.
방자이아기 고운 춘향이를
떠 올리면서
좋은 작품에 쉬어서
감사히 감상하였습니다.
마음자리님!
편안하신 주말 되세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저 글을 쓴 후에 방자전이란 드라마가 나오더군요.
재미있게 보았는데, 제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었어요.
고전을 두고 다른 해석을 해보는 것, 그것 또한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리산(菩提山)님의 댓글
보리산(菩提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마음자리님,
원본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상상의 나래가 창공을 나릅니다.
마음자리님의 필력에 또 한번 감탄 합니다.
늘 행복 하십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 회이고, 총 9회의 이야기인데, 앞으로 계속 재미있게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보리산(菩提山)님의 댓글의 댓글
보리산(菩提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기대 하겠습니다.
지게꾼님의 댓글
지게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비 주적주적 떨어지는 밭에서
오늘 마음맞는 벗과 천한것들이 하는 일이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 지었는데......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자연과 하나되신 지게꾼님의 작품을 늘 경이롭게 보고 있습니다.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 드라마를 보면 춘향전에서
방자역이 참 많이 차지했지요
양반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다른 조연보다 더 멋진 방자였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게 쓰신 글 최고입니다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아주 재미있는 글에 빙그레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방덕이 어멈 그 옛적에도 응큼한 마음이 꼬리를 치는 ㅎㅎㅎ
근디 방덕어멈이 방자 어멈인지 헷갈리고 소속이 어찌 되는지
다시 읽어 보려는디 저녁 할 시간을 되고 마음도 바쁘고
암튼 9 회에 걸칠 방자전 기대 가 큽니다
바빠도 꼭 읽어 볼 것인디 댓글이 문제입니다 ㅎㅎㅎ
멋진봄 되시고 건강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