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라면 나훈아와 남진이었다.
이미자도 있었고 패티김도 있었지만 그 시절은 나훈아와 남진, 쌍두마차가 가요계를 이끌던 시기였다.
나름의 특색 있는 가수들도 물론 있었다.
무슨 극장 공연 중에 불이 났는데 맨 먼저 보고 불이야~! 외쳤다던 맹인가수 이용복이 한참 활동하던 시기였었고,
여가수 퀸으로 대접받던 정훈희와, 저음에 허스키한 목소리의 문주란, 보리밭을 부른 문정선, 여성음색의 김상진,
요염한 김세레나와 입술 얇은 김부자, 듀엣으로 바니걸스와 서수남 하청일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통기타를 치던 윤형주와 송창식, 서유석등이 간간이 흑백 TV에 얼굴을 보이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림 공부를 하다가
가요계로 들어온 정미조가 5주 연속 아마추어 가수왕에 도전하여 정식 데뷔를 했던 바로 그 시절이었다.
형과 나는 금요일 저녁시간 변웅전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금주의 인기가요>에 나훈아와 남진 둘 중에 누가 일등을
할 건 지에 촉각을 세웠고, 빠른 남진의 노래보다는 약간 느린 나훈아의 노래를 자주 따라 불렀다.
일요일이면 후라이보이 곽규석씨가 진행하던 <전국노래자랑>이 있었다.
지금도 송해씨가 진행을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최장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세태의 흐름에 따라 시간도 낮 시간으로 바뀌고 동네 마다 찾아다니며 장기자랑 경연장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그 당시는 일요일 저녁시간에 아마추어 가수의 등용문으로 아주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위에 열거한 가수들의 노래들을 불렀고, 연말 결선 때가 되면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출연자들이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에, 재미로 점수 매기기 경쟁을 하던 형과 나를 곤란하게 만들곤 했었다.
“니 팝송 들어봤나?”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던 독특한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팝송이 뭔데?”
“외국 가수들이 부르는 노랜데, 노래들이 참 좋다.”
“남진이나 나훈아보다도 더 잘 부르나?”
그 친구는 피식 웃더니 방 안에 있던 전축에 레코드를 얹었다.
“함 들어봐라~.”
사이먼과 카펑클, 닐 다이아몬드, 크리프 리차드의 노래들을 차례대로 들었다.
톰 존스의 노래를 들을 땐, 조영남의 노래 일부가 그 노래의 번역곡이란 걸 그때 첨 알았다.
마지막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들었다. 춤만 잘 추는 줄 알았더니, 노래는 춤 보다 더 잘 부른다는 걸 또한
첨 알았다.
그 후로 그 친구 집을 자주 찾아갔던 것은 그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때까지 듣던 노래와는 전혀 다른, 달라서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
영화만 밝히던 내가 그 노래들을 따라 부르진 못해도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친구의 골방에서 의미도 모르는 그 노래들을 열심히 듣곤 했는데, 그 노래들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먼 길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딸아이가 컴퓨터로 음악을 듣다가 좋은 노래라며 한번 들어보래서 들었더니, 사이먼과 카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였다.
“니 이 노래가 40년쯤 전에 아빠가 좋아했던 노랜줄 알고 있나?”
“아뇨???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된 노래예요?”
눈이 동그래진 딸이 나를 쳐다보았다.
“노래야 그거보다도 더 오래 됐지. ㅎㅎ”
컴퓨터에서 예전 그 가수들의 노래들을 찾아 딸에게 들려주었더니 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니,
내 딸임에 틀림없다.
아~
맞아요...
그때 우리반에도 열렬한 나훈아팬과 남진 팬이 있었는데
난리도 아니였죠~!
선생님 못 오신 수업시간에 장기자랑이라도 하라치면
둘 중에 하나가 먼저 부르면 반듯이 다른 애도 불러야 할만큼 극성이였지요
공부가지고 그렇게 라이벌 의식이였다면 아마 장학금 받았을거예요...
덕분에 그 시절 함께 생각하며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봅니다
엄청 추워졌어요~ 내일이 올 겨울 최고의 한파라는데 겁나요
대관령 간다고 날 잡아놓았거든요~! ㅎㅎ
건강 하시게 늘 좋은일만 있으시길 빕니다 마음 자리님~!!
마음자리님 글을 읽으니
학창시절 생각이 같이 납니다
야전(야외전축)을 들고 소풍을 온 몇몇 친구들(주로 뒤에 앉아서 공부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키폴러닝(?)으로 시작하는 팝송 춤곡을 틀어 놓고 삼각춤 춘다고 ....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말고도 다른쪽으로 학창생활을 즐겨보고 싶어요...^&^
건강 하세요
다방면으로 취미가 많으시네요
저는 동생이 다섯이다 보니 학교 갓다오면
애들 돌보고 엄마 도와 드리느라
그런 학창시절을 꿈도 못꾸었답니다
더구나 어찌나 광적한 농사 때문에 온식구가 밭에 매어달리고
과일과 여러가지 곡식 채소 돌보면서 어릴적부터
고생만 박아지로 하고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ㅎㅎ
아마 지금이 제겐 제일 편안하고 하고픈것 하고 사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더욱 바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천성이 게을으다 보니 ~ㅎㅎㅎ
마음자리님 이국 멀리에서 건강 행복 넘치는 한해 되세요 감사히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