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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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0건 조회 1,893회 작성일 15-08-19 09:42본문
물 한바가지를 냅다 그놈의 입에 들어붓고는 얼른 그 놈의 팔을 두 손으로 붙들고 잽싸게 아래위로 흔들었다.
놈에게서 전해오는 반탄력은 만만치 않았다.
푸거덕 푸거덕~
놈도 제법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지만 결국 그르륵 소리를 내며 숨을 끊고 말았다.
'아이씨~ 벌써 몇 번째야!”
한 번에 들어붓는 물의 양을 늘려도 보고, 놈의 팔을 흔드는 속도도 최대한 빠르게 해보았지만
또 한 번의 좌절만 맛볼 뿐이었다.
큰형은 한 잔의 물만 붓고도 그놈을 기운차게 잘 달리게 만들었는데, 작은형도 이젠 곧잘 그놈이
시원한 물을 콸콸 토해내게 만들 수 있는데 아~ 나는 언제쯤에나......
심기일전.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별로 없던 어린 날의 한나절.
다시 도전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실패...또 실패...
나름대로의 패인 분석.
새로운 도전.
'힘으로 빨리 한다고 되는 게 아냐. 호흡을 잘 맞추어야지.”
큰형이 했던 말은 수수께끼나 다름없다.
뭔 호흡을? 저놈이 숨을 쉬어야 호흡을 맞추든 말든 하지......
숨 끊어지려는 놈의 숨을 다시 살려보겠다고 얼른 물 한 바가지를 더 붓고 다시 그 놈의 팔을 냅다
흔들던 중에 큰형의 그 수수께끼 같던 말이 한 순간에 깨달음으로 왔다.
그 깨달음은 머리가 아닌 팔뚝으로 왔다.
당기고 조금 밀고 다시 세게 당기고, 조금 풀어주다가 조금 더 당겨 올리고...
호흡은 박자였고 박자는 리듬이 되어 저 지하에 있던 물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혔다.
물이 놈의 목 끝에 다다른 느낌이 팔뚝에 전해졌고 힘껏 놈의 팔을 아래로 눌렀더니, 놈은 드디어
콸콸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하늘로 팔을 펼쳐 올렸는데, 놈은 그 사이를 못 참고 다시 그르륵 끓는 소리를 내며 숨을 멈추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안타깝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놈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말이 떠올랐겠지?
곧추세운 목, 갈기는 뒤로 늘어뜨리고, 불퉁하고 긴 주둥이.
시골의 우물처럼 도시 대부분의 집 수돗가에는 말을 닮은 펌프가 있었다.
그 펌프로 지하의 물을 끌어올리고는 뽐을 내던 도시의 아이들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댓글목록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펌프에 마중물 붓는것을 말씀 하시지요?
어릴때 우리 마당에도 있었답니다
여름에 펌프질 한 물은 얼마나 시원한지요
마루에 앉아 숙제 하다 졸리면
한 바가지 등에다 붓는 등물을 하고 나면 졸음이 달아나서
숙제에 집중 할수있었지요
겨울에는 따뜻한듯 하고 지하수가 참 깨끗했던 시절이 좋았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등물, 펌프 아래 등 대고 엎드리면
콸콸 쏟아지던 지하수의 그 얼 것 같은 느낌,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고...
소중한당신™님의 댓글
소중한당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펌프의 마중물 이야기였네요!
저도 어릴적에 외할머니댁에 가면 펌프가 있었지요!!
지하에서 나오는 펌프물로 등목하면 더위가 싹 가시더라고요!!
펌프 푸는 재미도 쏠~쏠해던 기억이 나네요!
펌프물이 나오면 그 기쁨이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랄까요!!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중물이란 말이 참 정겹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물을 마중나가는 물.
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등목...
해정님의 댓글
해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님의 글을 읽으며
옛날생각이 떠 올라 혼자 웃업습니다.
힘과 물이 모자라면 물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어렸으니 물은 나오지 않았겠지요.
먼곳에 물 질러 다니는 수고를 덜어드리려는
마음에 시갓집에 펌푸를 놓아 드렸던 기억.
지금을 산수도를 만들어 쿨쿨 나오니
물 맛도 좋은 수도물이지요.
님의 오랜 추억 속에서 우리도
옛날 생각을 떠 올려봅니다.
추억의 작품에 감사히 머물러 봅니다.
마음자리님!
건강하시어 행복한 가을 맞으세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정님 다운 고운 마음입니다.
시가에 펌프를 놓아드린 그 마음에
모두들 참 기뻐했을 것 같습니다.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 내 모습을 보는듯이 우리집에도 뽑뿌라고 했던지요
모처럼 옛날 옛적 뽐뿌 물 퍼올리던 생각에 한참을 빙그레 웃습니다
어쩜 그리 현장에서 마중물 부어 스르륵 실패하는
장면까지 재현을 멋지고 즐겁게 연출하시네요 ㅎ
마음자리님 이곳에 긴글 이렇게 늘 즐겁게 읽고
행복하게 해주시는 재주가 다분하시네요
즐거움에 오후를 만들어 주시는 마음님
지금 심각한 중에 있답니다
우리 운이가 죽어가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얼마나 더 살려는지요 병이 너무 깊어 살려낼 재간이 없습니다 ㅋ
덕분에 웃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운이가 영 기력을 못찾는군요.
안타깝습니다. 살려내실려고 애쓰시던 그 정성을
봐서라도 기사회생하면 좋겠는데...
미약한 그 희망에 제 기도 보태봅니다.
고지연님의 댓글
고지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길을 가다가 아무집이나 들러 저런 펌프 있으면 퍼올려
마셔도 아무도 문제 삼지않던 대가 있었지요
그 때가 좋았는데... ㅎㅎ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아요. 그랬었지요.
시골길 가다 우물 만나면 괜히 물 한바가지 길어올려
물맛보던 생각도 나네요.
밤에우는새님의 댓글
밤에우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폐허가된
1년에 한번 벌초때가 되면 둘러보는 우리 시골집
우리집 샴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댕그렁 댕그렁 물지개를 지고 , 물을 퍼가는 사람들은
학생이 있는집 어머니들이셨습니다.
그시절 머리에 흰수건 두르고 새벽물 깃던 어머니들,
지금은 모두 가시고 없지만 우물터를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고
집집마다 하나 둘 작두샴을 파다보니
우리샘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울 아부지는 다시 샘을 울 안에 들이셨습니다.(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샘을 내 놓고 담장을 쳤었거든요.)
그러나
어느집 샘물을 마셔도
감로수 보다 더 달콤하고 시원한 우리집 샴물을 따라올 수가 읎었습니다.
왜냐구요
작두샴 물은 쇠 냄새가 났더든요....
고무패킹이 조금이라도 달아버리믄
수십번 정신없이 뿜어대야 하는 단점도....
샘에 대한 추억이 참 많았습니다.
심심하면 항상 샘가에 가 앉아있었지요.
왼 동네 소식이 난무하고
왼 동네 저녁 메뉴를 가늠할수있고
왼 동네 패션의 동향을 샬펴볼수 있던곳
아낙네들의 희로애락이 숨쉬던
우리샴.........
그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님이 참 덕이 많은 분이셨군요.
작두샴이란 말 처음 들어보지만, 펌프보다 훨씬 정감이 가는 말입니다.
덕분에 고무패킹 갈던 기억도 떠올려 보았습니다.
샘에 둘러앉아 정담 나누며 물도 긷고 빨래도 하던 샘터 풍경,
물 길어 머리에 이고가는 아낙의 모습이 떠오를 것도 같습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가에는 공동수도부터 시작한것같습니다
어른이 머리에 이는 물 양동이에
물은 1/3쯤 담아서 끄덕 거리고 이고 오는것을 좋아했답니다
시키지 않아도 할머니 도울마음에..
그러니 양동이는 큰데 물은 조그맣게 담겼으니 어찌나 출렁이는지
하지 말라고 말려도 안 들으니 할아버지 께서 어른 양동이 1/3만 한 것을 주문해다 주셨지요
그 양동이에도 가득은 힘이 들고 반 쯤 담아서 물을 길렀든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집 안에 수도가 들어왔어요
그러나 지금 처럼 틀면 나오는게 아니고 하루에 한번 나왔지요
그래서 집집 마다 세멘으로 커다란 물 댕크를 만들어 받아 두고 허드렛물로 썼지요
먹는 물은 깨끗한 단지에 담아 두고...
그때는 수돗물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샘물은 짠듯 했든 기억이 납니다
추억에 같이 젖어봅니다 마음자리님
늘 건강 하시고 행복하시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머리보다 훨씬 큰 물양동이 인 어린 소녀가 애써 중심 잡으며 비틀비틀
조심조심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뒷 모습을 보았더라면 잠시 웃다가
얼른 달려가 대신 들어주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작음꽃동네님의 댓글
작음꽃동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희 고향은 집집마다 우물이 있었습니다
지금 본가에는 그 때 우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두레박도 달려 있지요~ ㅎ
그 두레박 다 헤지면 뭘로 쓸까요? ㅎㅎ
철사로 단단히 묶어 똥 퍼는 바가지로 쓴답니다 ㅋㅋ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음꽃동네님 고향 마을이 어디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집집마다 우물이있고, 지금도 우물이 있다는 본가...
그 마을에 들리면 옛 생각 옛 그리움에 푹 젖을 것 같습니다.
다연.님의 댓글
다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방지축이던 저 시골로 결혼해서 명절때나
어른들 생신때가면
우물물 퍼 올려 일하는데 어찌나 고생을했던지요
후로 펌프를 넣었지만 그 펌프질하는데
마음님처럼 애썼던거 같아
생각하기도 싫어지는 그때입니다요 마음님 ㅎ
시어머님께서 늘 제게 하신말씀이
알아야 면장질하제 였으니~~
어른들은 아무것도 아닌것들이
넘 힘들었던 그때 생각하며 이제는 웃어봅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시에서 자라 예술 공부를 하셨을 다연님이
우물물을 길어쓰던 시골로 시집을 가셨으니
그 고생이 왠만했을까요. ㅎㅎ
어른들께 잘 하는 모습 보이고 싶은데 하는 일마다
어른들께는 서툴게 보였을 테니...ㅎㅎ
이제는 웃으실 수 있다니 저도 편히 웃겠습니다. ㅎㅎ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님 글이 올라오면
이렇게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우리집은 우물이 있었답니다
많이 깊어서 내려다 보면 무서움이 일 정도였지요
폭은 얼마 크지 않은데 어찌나 깊은지
바가지 줄이 엄청길었든 기억이 납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골에 있던 외가나 큰아버지댁에 가면
저는 그 우물이 신기해서 우물가에서
한참을 놀곤 했지요.
우물에 머리 들이밀고 아~ 소리지르면
빙빙돌아 나오던 그 소리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또 지르고 또 지르고...
'그라다가 빠진다. 고마해라~' 큰어머니가
말리셔야 그만두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