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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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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4회 작성일 19-02-21 12:59

본문

골목의 겨울밤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어리광을 부릴 수 없을 만큼의 차가움과 투정을 부려도 좋을 비켜간 포근함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오랜 시간 잘 손질된 기품 있는 구두처럼 조금 위에서 노랗게 떠 있고, 저 먼 하늘의 별빛은 너무 추운지 골목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골목에 새어 나오는 집집의 빛은 다 씹고 잘 싸서 뭉쳐 버려놓은 껌처럼 존재감이 미미하기만 하지만 그래서 실체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런 12월의 골목 나라는 전설 속 그림자가 없는 요정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노란빛을 발산하는 것이다.

 

겨울밤 골목의 어둑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래전, 이 차가운 시기가 지나고 봄이 골목에 밤처럼 내릴 때면 - 김승옥의 역사의 한 구절에 따르면 - 아낙네들은 풍로를 밖으로 내놓고 그 위에 얹은 냄비 속에 요리 책에는 없는, 그들의 그때그때의 사정이 허락하는 신기한 요리 재료를 끓인다. 이 냄비와 저 냄비 속에서 끓고 있는 음식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풍토보다 더 다르다. 마치 마귀할멈이 냄비 속에 알지 못할 재료를 넣고 마약을 끓여 내듯이 그네들도 가지가지의 마약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골목으로 모여드는 골목의 주인공들은 그 마약에 취해 밤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골목의 작은 틈을 고집스럽게 벌리고 나온 멜로디에는 달콤한 멜로디의 팝이나 사랑을 잃어버린 예술가의 노래가 있었다. 십이월 골목의 추위는 투명한 곡사탄도 같아서 그 속에 잠시만 서 있으면 그 포물선에 그만 빨려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사람의 형상이 한동안 그곳에 남아 골목의 겨울 추위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추위의 겨울 골목을 느끼는 것일까.

 

골목의 어떤 집에는 기능이 있기나 할까 싶은 자물쇠로 닫힌 문이 보인다. 술이 취한 누군가가 발이나 돌로 툭 치면 탁 떨어질 것 같은 열쇠를 열고 들어가면 바로 방이 나온다. 발로 차면 떨어지는 열쇠를 걸어두지 마세요, 그대로 방이 나오니까요, 마치 구슬픈 노래 가사 같다.

 

저기 먼 곳으로 도심의 불빛이 보인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자들과 다시 골목으로 들어와 몸을 눕히는 자들이 뒹구는 이 세계는 꼭 마법의 세계.

지독한 냄새에 취하면 마약 같은 향기.

변함없지만 변화도 없는 색채.

골목의 겨울밤 속으로 깊게 들어가 

추천0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선 반갑습니다 교관님~!!

아~ 마치 60년대 후반으로  되돌아간 듯한 풍경입니다
너무나 정겹고 마치 어린시절 골목에 들어선듯...
그때는 청소차가 와서 딸랑 딸랑 흔들면 연탄재와 쓰레기를 걸러서 들고 나갔지요 큰길 까지...
어머니들의 중노동이 시작되는 새벽이였지요
겨울 따스한 이불아래서 듣는 소리가 생각납니다
사진끝에 고층 건물 불빛이 아니라면 딱 그시절입니다
글 솜씨 너무 훌륭하시네요
늘 이런 글을 쓰고 싶은데 소질이 없나 봅니다
건강 하신 2월 보내시고 봄맞이 잘 하시길요~!!

교관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반갑습니다

이렇게 반겨 주시고

물가에아이님께서도 나른하고 푸석하고 먼지많은 2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노라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민들이 사는곳 인간미가 넘치고 정도 따스하게 넘칠것 같아요
그러나 삶이 고달픈 아픔도 동반 할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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