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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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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7회 작성일 19-02-26 13:00

본문

결혼의 실패와 더불어 사업의 계속된 무너짐과 빚더미에 거리에 나오게 되었다. 거리의 생활은 배고픔의 연속이다. 2주째부터 행색은 초라하고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씻지 못해 내 손톱은 기름때가 꼈던 아버지의 손톱보다 더 더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허기였다.

 

배가 고프다는 것이 인간을 이렇게 바닥에 붙어있게 한다는 것을 미쳐 몰랐다. 몇 번이고 지나다니던 재래시장의 빵집에서 나는 저녁시간에 그 집에 들어가 빵을 하나 훔치기로 했다. 갈등이 심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주인은 늙은 할아버지다. 하나만 훔칠 것이다. 달려 나오면 된다. 아무리 배가 고파 힘이 없지만 할아버지는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빵 하나를 만지작거리다가 나는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냅다 빵집을 달려 나오려는데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주인장이 와서는 나를 일으켜주었다. 나의 더러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내 나머지 주머니에 빵을 하나 더 넣어주었다. 그리고 주인장은 등을 보이며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대로 뛰어나와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굉장한 허기로 다리에 힘이 빠져 풀어질 때 주머니에서 훔친 빵을 꺼내서 먹었다. 허겁지겁 먹었다.

 

하나 먹어서는 도저히 배가 차지 않았다. 이쪽 주머니에 넣어준 주인장의 빵을 꺼냈다. 랩으로 둘러싸인 빵이었다. 케첩이 야채와 으깨진 빵이었다. 요즘은 잘 팔지 않는 빵.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빵. 맛도 없는 빵. 나는 그 빵을 한 입 먹었을 때 더 이상 씹지 못하고 고개를 떨 굴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아버지가 겨우 일반 병실로 옮겨 왔을 때 레지던트 3년 차가 나를 불렀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 혈관에 무리가 가는 이벤트가 조만간에 일어날 것이다. 관을 삽입해야 한다, 하나에 800만 원, 일단 3개를 삽입하자. 어머니나 아내나 여동생의 동의가 아닌 나의 동의가 있어야만 수술이 이루어진다. 그때, 그때 앞뒤 보지 않고 수술해주십시오, 아버지를 살려 주십시오.라고 말을 하지 못 했다. 빚을 끌어들여 사업한다고 들어간 돈 때문에 아버지의 관 삽입 수술에 동의를 바로 하지 못 했다. 나는 이후에 그 일을 제대로 후회하지도 않았다. 질질 끄는 사이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는 나이가 들어버렸고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어수선한 거리와 분위기, 따분한 사람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모든 걸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미래 따위는 없다. 산다는 거…… 너무 힘들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앞이 보이게 되면 절망뿐이고. 미래에는 괴로운 일만 가득할 뿐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좋은 일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런데 주인장이 넣어준 야채빵을 먹고 나는 알게 되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야채빵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다 알고 있다고 해도 먹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라고. 그래야 10년, 15년 후의 모습을 알 수 있으니까.

 

 

#

사진을 담고 이야기를 만들어봤습니다.

수필이라기보다 소설형식에 가까운 글입니다.


추천0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실리하면 너무 가혹합니다
너무 가슴 아픈 스토리라서 읽으면서 가슴이 멍 해집니다
봄인데 밝은 이야기도 올려주시어요~!!

사노라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음식이 많이 버려지고 있어서 그 쓰레기도 치우기 만만 찮다고 하는데
또 한쪽에서는 아직도 배 고픈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극과 극으로 치닫는 현실이 언제 해결될런지 ....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어릴때 배 고픈 시절이 잠깐 있었지요
마음껏 못 먹고 무엇이든 조금씩 아껴야 하든 시절
지금은 낭비다 싶을 만큼 넘쳐 나는 것들이 그때는 왜 그렇게 귀했는지..

베드로(김용환)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드로(김용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쓰십니다
현실로 착각도 할정도입니다
세제로 격으신본이신가 생각하다가
맨아래 추신 글을보고서야 소설형식
포토 아야기 글이란걸 알았습니다
글에맞는사지/ 사진을찍고 그사진속에서 글을창조한다는건
보통 일이아닌데 참 잘쓰신다고 칭찬드리고싶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제주가 없는것일까?....
요렇게 대리만족 하게하여주심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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