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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햇살이 비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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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교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18회 작성일 19-03-06 14:57

본문

빈민가에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면 공기는 움직이지 않는 먼지로 탁해진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이마에 손을 대고 차양막을 만들어 저 멀리 내다보면 보일 법 한 도시에 우뚝 선 높은 빌딩도 보이지 않는다

 

곧, 연탄의 강한 화력이 필요 없을 겨울이 비켜간다는 안도의 한숨이 골목 여기저기에 스며들고 해가 조금 길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동네 아낙네들이 이제 곧 사용해야 할 풍로를 밖에다 꺼내 물을 뿌려 닦아 놓는다

 

인터넷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작업군에서 일을 하는 사내들이 저녁이면 골목의 집집마다 모여들고, 발이며 얼굴을 닦은 수건을 목에 두르고 씻은 물을 버리고 수건을 탁탁 펴는 소리가 들리면 찌그러져 있고 굳어있는 골목의 얼굴도 구름처럼 펴진다

 

추위가 물러가면 아낙네들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냄비를 올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사내들이 벌어다 준 돈으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요리를 하는 냄새가 동네에 퍼진다

 

아이들은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골목을 뛰어다니며 서로의 집을 스치듯 달려 지나간다. 아이들은 풍로 속의 냄비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올라올수록 더욱 신나게 달린다. 각각의 집 아낙네가 끓이는 음식은 무엇을 넣고 만드는지 저녁 한 번의 시간에 싹 비워진다

 

마치 가가멜이 어떤 마법의 가루를 넣고 휘휘 젓듯 그네들의 냄비 속에는 마약 가루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티브이 소리가 꺼지고 잠이 들기 전까지 빈민가의 밤은 시끄럽기만 하다

 

모두가 마약 가루에 취해서 숙제 안 해서 혼나는 소리, 품삯을 빼돌린 사내가 아내에게 타박 당하는 소리, 티브이 연속극에 몰입하는 소리, 안 씻었다는 소리, 내복이 더럽다는 소리, 새 양말에 기뻐하는 소리

 

웅웅웅


사진: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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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사노라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겨울이 가고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

용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용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마밑 매주가 눈에 띄니다.
예전엔 겨울에 매주을 만들어 약간 따듯한 골방에 매달든지
따뜻한 해살이 드는 곳에 매달았지요
지금은 없어진 풍경이네요.
저리 매달아 만든 간장과 매주가 전통 장이었는데...

지금도 서민들은 그리 살지요
하믈며 그때는 이웃간 정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정마저
끊긴 세대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요즘은 정도 돈으로 산다고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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