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급한 볼일들 보셨으면 싸게싸게 앉으시우. 비록 멍석자리 초라하긴 하지마는, 내 넋두리 듣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거유.
이젠 나도 급한 일이 발생하야, 얼른 하던 야그 마치고는 볼일 쫌만 봐야 겠수.
각설허고, 이 판에 생색내기로 작정하신 나랏님, 심봉사더러 기왕에 심청이 영혼 깃든 왕비이니 그 왕비를 수양딸로 삼게 하고,
부원군에 봉하여 집이며 전답이며 많은 재물 내리셨수.
이왕에 내리는 재물 인심 한번 더 쓰자~ 스물 다섯 노처녀 안씨 부인도 맺어 줬수.
세상 사람들은 그 일 두고 임금 덕성 두고두고 칭송을 하였소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맴이 어디 내 맘만 하려우.
과부 수절 십 년에 다정도 병이라고 불쌍헌 봉사 하나 훼절하며 구했더니, 그 공은 어디 가고 토사구팽 웬 말이우.
에고~ 에고~ 내 신세야~ 지지리도 박복한 이 내 팔자만 서럽고나~~~
방덕애비 마른하늘 날벼락 맞듯 복상사로 보내 불고, 불쌍한 방덕인 보릿고개 험한 고개 굶겨서 보내 불고, 수도 없는 낮밤들을
우는 일로 지샜더니, 그 설움이 뭉쳤다가 내 몸을 해쳤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뚝! 달거리도 멈추었수.
심봉사 만난 후로 낮밤 가리지 않는 염치 없는 그 손길을 마다한 적 없었으나, 후손 볼 염원은 꿈에라도 꾼 적 없소.
자식 굶겨 품에 묻은 에미가 무슨 후손 바라겄수.
천하절색 내 미모도 세월 이길 힘은 없고, 주름살이 잡히더니 뱃살까지 처지는데, 스물 다섯 안씨 부인 내가 봐도 어여쁠세.
찍소리도 못하고는 뒷방으로 물러나서 심봉사 옛정만 목매달고 기둘리는데...허~ 저 무심한 심봉사는 내 타는 맴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버릇 개 못 주니 새 신방이 시끄럽고나~
뭔 그렇게 죽을 일도 많으신지...
에구에구 나죽소~ 영감 땜에 나죽소~~
에구에구 나 죽겄네~ 부인 땜에 나 죽겄네~~
형극의 세월이 이만만 하려우. 가슴을 쥐어짜다, 허벅지를 꼬집다가, 간신히 잠 들여도 한 밤중에 잠이 깨니, 부엉이 소리는
왜 그리도 슬푸고, 바람 부는 소리는 또 왜 그리도 휑하우.
글쟁이 말이 선후는 틀렸어도 다 그른 말은 아니라우. 황봉사 만나 연분 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우.
한양 길 긴긴 길에 주막집 인연 닿아 길동무 삼은 황봉사. 봉사에다 호불애비 처지이니 그 꼬락서니 볼품이 심봉사 발치에도
못 미치더라. 그래도 복덕은 있었던지 원님 덕분에 나발분다고, 황봉사도 벼락 감투 넙쭉 받아 썼수.
에개개~ 그 벼슬 높기도 하구나. 심봉삿댁 청지기.
받았을 땐 좋았는데, 청지기 벼슬이라고 그 벼슬이 그리 만만헐 리 있었겠수.
심봉사 받은 것은 부원군 벼슬이라, 그 때나 지금이나 한자리 욕심 내고 오는 손님 가는 손님 사시장철 줄 잇는데,
눈 못 떠서 앞 못 보니, 그 일이 어디 쉬웁겄소. 온 손님 몰라보고 간 손님 모르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는 것이라곤
천하에 쓸데없는 욕밖에 없었수.
욕먹는 황봉사가 내 신세랑 진배없고, 날밤 새는 내 신세가 황봉사랑 진배없어, 내 마음과 그 마음에 측은지심 스밀 적에,
주고받는 눈길에 왜 정 아니 싹 텄겠수.
새벽녘에 아랫목 뜨뜻한 건, 황봉사 잠 설치며 군불 때준 온정이고, 황봉사 욕에다가 볼따구 귀썀 한 대 덤으로 얻어먹고,
구석자리 찾아들어 마른 눈물 흘릴 적에 탁배기 한잔에 김치 안주 한 상은 내가 준 정이었수.
세상 사람들하~ 뉘 있어 날 욕하리요~
십 년 수절 꺾으면서 봉사 하나 구한 이 몸, 봉사 하나 더 구한 들 무슨 욕을 먹으리요~~
하늘도 알았는지 한 날 밤 꿈속에 도사 하나 나타났수.
"네 세상 윤회를 끝낼 때가 되었구나. 곧 심봉사 집에 후손 하나 내릴 터인 즉, 네 신세가 더욱 가련해질 터이니, 너는 봉사
하나 더 구하고 사는 만큼 살다가 명왕전에 오르거라~"
팔십 바라보는 나이에 후손 새로 보는 것이, 우사도 그런 우사가 없건마는, 아 그 잔치 한번 요란키도 허구나~
그날 밤 사랑채를 찾아들어 전후 사정 고했었수.
"정실 부인에다 후손까지 보았으니 내 인연은 이제 다 한 것 같수. 영감과의 인연은 가슴에다 새기고 뼈에다가 묻을 테니,
세세손손 복록을 내리소서~"
그때사 심봉사도 제 정신이 들었던지...
"뒷방에다 남겨두고 내가 그간 무심했소. 그간 내 못한 일, 원망일랑은 허덜말고, 이제 황봉사랑 남은 인생 복록을 누리시오~"
세상 님네들하~ 내 야그를 들었거든, 인제 부터라도 남 욕들 쉽게 마오~
글쟁이 재주 있다 한들 남 속을 어찌 다 알겄수. 제 쉽다고 지어낸 야그는 이 귀로 듣고 저 귀로 흘리시우.
무릇 세상에 목숨 가진 중생들이야, 다 제 사연 갖고 제 선함 키우며 살다가 가는 것 아니겄수.
악하자고 노력하는 중생이 세상에 어딨겄수.
세상 님네들하~ 내 엎드려 청하오니, 제발 쉽다고 내 자에 빗대어 남 욕들 하지 마오~
오늘 이 자리에 눈 초롱 귀 초롱 지루타 아니하고 보아주고 들어주신 세상의 님네들~
부부인 님네들은 백년해로 하시옵고, 혼자이신 님네들은 귀한 짝 만나옵고, 후손 번창 이루시어 복록을 누리시우~
마음자리님 뺑덕어멈의 긴 넋두리
잘 꾸미시는 재주가 대단합니다
여그는 추석이 다가오니 마니 부산하니 어수선하네요
어른들 돌돌구루마? 끌고 시장 바삐 다니시는걸 보니
추석은 추석인가봅니다
전 그러려니 카고 산다네요
그저께도 제사를 지냈으니요
또 추석쇠고 나믄 일주일후 또 제사구 해서리 ㅎㅎ
지 구린줄 모르고 남 흉보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
제발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입담 좋은 사람들이 남의 말 하기 좋아 하고
혼자 생각에 말을 만들고...
긴글 5편까지 타자 치신다고 고생했습니다 마음자리님...
덕분에 우스운듯 보이지만 실제는 많은 교훈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날 되시고 행복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