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구월 둥근달을 바라보며 > 함께 읽는 글

   

서녘이 충혈된 채 바다속으로 

잠겨든 적막에 별 한 점 떠오르는 



그해,구월 추석 명절 뜨거운 

계절을 딛고 두둥실 밝아오면



속이 푸른 밀알의 껍질을 벗고

허기진 나를 채워주는 그리움 



휘영청 둥글려질수록 풀밭에 드러

누운 길이 밤이슬 털어내고 있다



굴곡진 생과 생 서로 받쳐주고 

있는 싸리나무 울타리 붉은 

꽃진 자리마다



별빛 총총히 걸어 놓는 그해, 

아침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구월 동트는 쪽으로  깊어지는 



바다에서 아리아리 일렁이는 

물결따라 내가 흘러가면



그리움은 하늘에 둥근 길 

돌아오고 문득 풀밭에서



귀뚜리가 노래하는 옅은 가락 

사이로 고향, 빛길을 환히 

열어 놓고 있다



글:안예꽃/옮긴이:竹 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