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이 아름다운 집이 제 가장 큰 자랑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 집
잡지에 여러 번 나왔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우리 집 행여나 때가 탈가, 혹여나 먼지 탈까 닦고 쓸고 했던 우리 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보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 같던 우리 집이 아니라 몇 평 안 되는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내 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 침상이더군요. 내 꺼라 믿었던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 있던 자랑스럽던 내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참으로 고운 접시들 참으로 예쁜 그릇들 난 왜 이렇게 꽂히는 게 많지? 남들은 그릇이면 그릇 가구면 가구 옷이면 옷 하나만 꽂힌다는데 난 왜 이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지? 라며 투덜대게 만들었던 내 못 말리던 그릇 사랑 그 수많은 예쁜 그릇들도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제가 황량한 병실에서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 컵 뿐이더군요. 15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명품 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편한 츄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귀히 여기던 명품백도 필요 없더이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 십 년 넘게 나의 자랑이었던 나를 빛나게 해 준다고 나를 완전케 해 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젠 압니다. 내 분신 내 생명 내 사랑하는 아이들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 아이들 또한 그 분이 제게 잠시 맡기셨던 선물임을 제가 잊고 있었네요. 이와 같은 이유로 근심 염려 또한 제 것이 아닙니다.
적혈구 수치가 모자라 수혈을 해도 의사가 제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장 7절 근심, 염려는 다 주께 맡기고 내 남편 또한 주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렸던 예수님이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를 찾아 가셨던 예수님이 친히 내 남편을 찾아오셔서 살려 주시길 기다립니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 말씀해 주시길 기다립니다.
그 분의 피 값으로 살리셨던 내 남편을 또 다시 살려주시길 애타게 기도합니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인 양 소유하며, 자랑하며, 욕심내었던 제 무지를, 제 교만을, 제 과거를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합니다.
의사의 권유로 내일 호스피스로 옮기는 울화니가 무덤에서 걸어나온 나사로 처럼 그 곳을 건강하게 걸어나온 최초의 증인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불가능한 일이 없을 줄 믿습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 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는 오늘도 희망을 선택합니다. 절망을 거부합니다. 내 남편이 살아서 하나님을 자랑하고 증거 할 수 있도록 그 분께 매달립니다.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 평생 그 분을 사랑하고 섬기겠지만 오늘은 꼭 그리 해 주시길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내 기도가 여러분의 기도가 오늘 밤 하늘 보좌를 흔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런 남편이 저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는 참 그립습니다.
옆에 있으면 궁뎅이를 툭툭 두들겨 주며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 참 열심히 잘 살았노라고 당신, 참 멋있는 남자라고
자기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져 나 또한 웃을 수 있도록 꼭 그렇게 행복해야 돼 사랑해 자기야 너무 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