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따는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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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nc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6회 작성일 21-04-20 20:26본문
☆하늘의 별을 따는 돈키호테☆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죠. 그럼 가장 유명한 소설가는? 고개부터 갸우뚱해집니다. “세르반테스 알아?” “누군데?” 그러다가도 ‘돈키호테’ 란 말에 금방 ‘아, 그 돌직구!’ 하며 수긍합니다. 돈키호테 하면 곧잘 권력의 중심에서 이성적 판단력을 갖춘 햄릿(형)과 대칭된 인간유형으로 비교되곤 하지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는 ‘인류의 바이블’로 불릴 만큼 동서양의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돈키호테 이후의 소설은 이 소설을 다시 썼거나 그 일부를 쓴 것” 이라거나 “미래의 작가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수백 년 전에 다써놓았다”고 할 만큼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국민문학으로, 성경 다음 많이 읽히는 책으로 소개되지요. 시대를 막론하고 혁명을 꿈꾼 사람들은 돈키호테 취급을 받습니다. 현실감이 없는 허무맹랑한 인물로 비쳤던 돈키호테가 다시 현대사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주영이 그랬고,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새로운 것에 배고파하고 우직하게 살자(Stay hungry, Stay foolish)”고 연설한 스티브잡스가 그런 사람들이지요. 스페인 라만차 마을에 사는 귀족 출신의 늙고 가난한 지주 돈키호테는 ‘기사이야기’를 읽다가 블랙홀로 빠져듭니다. 마침내 정신이 이상해지고 스스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돼 세상을 악마로부터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서죠. 조상대대로 내려온 낡은 갑옷을 꺼내 입고, 늙고 초라한 말에 올라타요. 이 모험 길에 이웃인 산초 판사가 따라나섭니다. 그의 모험은 끊임없는 좌충우돌에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 유명한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진하고, 지나는 양떼와 목동에게 역사적 전투라고 선포했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놋대야를 황금 투구로 생각하고 이를 쟁취하려는 모습은 영락없는 미친 사람이지요. 어떤 이는 그의 멍청함에 읽던 책을 덮기도 하고, 누구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무엇을 담았기에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걸까. 돈키호테는 자신의 생명을 이상과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어요. 이웃과 현재를 위해 헌신하는 희생의 화신이고, 옳다고 믿는 일엔 망설임 없이 저돌적으로 나서는 행동주의자입니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시에서 잘 드러나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최근에 접한 책 중에 고려대 안영옥 교수가 쓴 ‘돈키호테의 말’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돈키호테 완역본을 펴낸 안 교수가 돈키호테가 남긴 지혜의 글귀에다 자신의 생각을 얹어 펴낸 책이지요. 낡은 갑옷에 구부러진 창을 들고 늙은 말 위에 올라탄 주인공의 이미지는 자신의 신념과 꿈을 좇아 돌진하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심약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줍니다. 400년이 된 돈키호테가 오늘도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층 더 주목 받는 이유는 돈키호테란 인물이 우리시대의 결핍을 강하게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벽 앞에 선 우리에게 잃어버린 것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쁨을 주고, 그의 말 한마디는 지친 삶을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선물해요. 불온한 세상을 향하는 도전적 발언과 동반자 산초와 나눈 대화는 인생길에 지혜로도 찾아옵니다. 저자는 “돈키호테처럼 인생을 나의 무대로 만들지 못하고, 내가 그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지 못하면 결국 우리 인생은 누군가의 소품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조언합니다. 인생이란 공연은 한 번 뿐이고, 하늘은 우리에게 두 번의 인생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누가 미친 거요? 장차 이룩할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 거요, 세상에 있는 것만 보는 사람이 미친거요?" 돈키호테는 오늘도 돌처럼 굳은 내 마음을 향해 돌진해 옵니다. 아무리 어려운 모험일지라도 이 일에 도전하겠다는 욕망으로 내 심장은 터질 것 같다고 외치면서. 남과의 비교에 휘둘리지 말고 나다운 삶을 찾아 당당하게 밀고 나가라고 우리 모두의 등을 토닥여 줍니다. <이관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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