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크게 바가지 쓴 거래를 두고 "Seward's Folly"라고 부른답니다. "슈워드의 바보짓"으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 이 말이 생겨난 것은 역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헨리 슈워드(William Henry Seward)는 노예제도를 없애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사람입니다. 슈워드는 국무장관(1861년∼1869년)에 재임 중이던 1867년, 제정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명을 받은 주미(駐美) 공사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대통령인 앤드류 존슨에게 즉시 보고됩니다. 존슨 대통령은 빅딜의 전권을 슈워드 장관에게 위임합니다.
급히 협상 팀을 꾸려서 러시아로 달려간 슈워드 장관은 1867년 3월 29일 저녁부터 러시아 측 담당자인 스테클 공사와 밤샘 협상을 벌여 이튿날 아침에 계약서를 완성시키고 내친 김에 양국의 대표가 서명까지 마침으로써 알래스카는 미국의 영토가 된 것입니다.
계약의 세부 내용은 러시아 국영 무역회사가 미국 정부에 지고있던 채무 700만 달러를 탕감하는 대신 러시아 정부 소유의 알라스카를 미국 정부에 넘기는 조건이었습니다.
사실상 떼일 수도 있었던 미수금을 퉁 치면서 큰 대륙을 통째로 넘겨받기가 미안했던지 미국은 위로금 명목으로 20만 달러를 러시아에 더 지급하고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셈법대로 치면 평당 0.18원 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빅 딜을 성공시킨 슈워드의 공(貢)은 국내의 정치가들에 의해 크게 폄훼당합니다. 의회를 중심으로 "얼음 덩어리 애물단지를 떠 안았다", "러시아의 농간에 넘어갔다" 등 앤드류 존슨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며 결국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존슨 대통령은 정치 생명에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슈워드 장관 역시 장관직을 사임해야 하는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신상에 닥칠 위험도 감수한 채 슈워드 장관은 알래스카는 훗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과 애국심으로 계약을 밀어 부쳤습니다.
그런 애국자였던 슈워드 장관은 그 일로 인해 목이 날아간 반면, 훗날 러시아가 두고두고 땅을 치게 만든 알래스카 양도의 주인공이었던 스테클 공사는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아이러니가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일입니다.
그 알래스카는 면적이 1,519,000평방 km로서 남한 면적의 15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땅입니다. 알래스카는 철광석, 금, 전 세계 부존량의 10%에 달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임산자원인 목재와 빼어난 경관을 바탕으로 하는 관광자원에다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셈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래스카의 가치는 정작 눈에 보이는 자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알래스카는 지정학적으로 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으로써 전략적으로도 미국을 지구상에서 최강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것입니다.
720만불이면 우리 돈으로 80억 원 쯤 되는데 현재 싯가로 환산해도 2조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랍니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한 슈워드 장관의 거시적 안목과 희생정신이 오늘날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한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슈워드 장관이 알래스카를 인수하려고 뛰어다닐 때 미국인들은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모욕을 주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주장을 관철해 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지구상에서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