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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 이야기] 천일염이 모두 명품은 아니다 / 한국의 천일염을 명품으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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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1회 작성일 15-11-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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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이 모두 명품은 아니다

: 이덕환 / 서강대 교수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보다 훨씬 더 좋은 명품이라는 우리 천일염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지적 때문에 떠들썩한 모양이다. 생산자·지자체·전문가들이 발끈해서 법적 대응까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물론 천일염을 우리의 특산 명품으로 만들겠다는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천일염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나 지나친 신비화를 무작정 용납할 수도 없다. 우리 천일염을 진짜 명품으로 만들고 싶다면 비판적인 지적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천일염이 비판불가능한 성역일 수는 없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신안 염전의 낭만적인 풍경
천일염이라고 모두 명품은 아니다

천일염은 바다·호수(鹽湖) ·우물(鹽井)에서 끌어올린 소금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생산한 바다소금(海鹽)이다. 일사량이 많고 건조한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나 전통적으로 천일염을 생산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생산되는 2억 6천만 톤의 소금 중 약 40퍼센트가 천일염이다. 지금도 유럽의 대서양·지중해 연안, 동남아시아·인도의 해안, 남미의 안데스 지역에서는 천일염이 대세다. 볼리비아 우유니와 에티오피아 다나킬의 소금사막처럼 호수의 물은 모두 증발해버리고 천일염만 남아있는 곳도 있다.

천일염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소금 결정이 커서 물에 잘 녹지 않는 굵은 소금도 있고, 분말에 가까울 정도로 고운 소금도 있다. 색깔과 향미(香味)도 다양하다. 천일염에 포함된 불순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적색·황색·녹색·회색 등의 다양한 천일염이 있다. 소금물에 남아있던 미생물과 조류(藻類)의 잔해 때문에 바다 냄새가 나는 천일염도 있고, 황 냄새가 나는 천일염도 있다.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에는 불순물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염전의 위생과 천일염의 품질을 관리하기가 쉬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순물이 포함된 천일염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있는 것은 문화적 가치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에는 1000년이 넘는 역사·문화적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빠진 천일염을 명품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소금 가마에서 전통 소금인 자염을 생산하던 모습
우리의 전통 소금은 끓인 소금이다

천일염이 우리의 전통 소금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 등지에서 소규모로 천일염을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주로 먹었던 전통 소금은 바닷물을 농축한 함수(鹹水)를 횟가루로 만든 대형 가마에 넣어 증발시켜서 생산하는 자염(煮鹽, 끓인 소금)이었다. 고려 시대에는 전국의 해안에 자염을 생산하는 염호(鹽戶)가 있었고, 조선 말기에는 장작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황해도 이북 지역에 염호가 집중되어 있었다.


위생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염전의 소금 창고
우리가 본격적으로 천일염을 맛보게 된 것은 1907년부터였다. 일본인이 주안과 동래에 대만식 염전을 설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천일염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초기 일제 강점기에는 전통 자염이 천일염보다 40퍼센트나 더 비싸게 거래됐고, 대만과 청국의 천일염은 가격이 자염의 절반에 가까운 정도였다. 전남 지역에 본격적으로 염전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6·25 이후 황해도 이북 지역에서 천일염이나 자염을 생산하던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부터였다. 역사민속학자 유승훈의 ‘작지만 큰 한국사:소금’(푸른역사, 2012)을 비롯한 역사책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의 천일염을 명품으로 만들려면

천일염의 품질

정부가 식용 소금에 대한 품질 관리를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였다. 천일염을 물에 녹인 후에 다시 물을 증발시키는 재결정 등의 정제 과정을 거친 재제염(再製鹽)이 처음으로 식용 소금으로 인정을 받았다. 첨단 기술인 이온교환막으로 정제한 소금물을 증발시켜 생산한 정제염(精製鹽)과 함께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이 식용으로 인정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 염전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투자와 홍보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식염(食鹽, table salt)은 대부분 정제 과정을 거쳐 순수한 염화나트륨으로 만든 재제염이나 정제염이다. 아이오다인(요오드) 등의 영양소를 강화한 식염을 쓰기도 한다. 재제염과 정제염이 화학적 공정을 거친 소금이라는 주장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억지다.

천일염을 비롯한 식용 소금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권고를 근거로 식약처가 정한 규격기준이 적용된다. 사분(沙紛, 모래가루)과 같은 불용성 성분과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비소·납·카드뮴·수은 등을 비롯해 11가지 항목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그런 기준은 국가의 경제력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다른 나라의 기준과 비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식품과학자들이 자주 들먹이는 ‘미네랄’에 해당하는 칼륨·칼슘·마그네슘·철 등의 금속 이온 성분에 대한 규격기준을 따로 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생산·유통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소비자의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천일염의 품질을 미네랄 함량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마그네슘이 많은 천일염은 쓴 맛이 난다. 천일염을 장기간 저장한 후에 유통시키는 것도 쓴 맛의 마그네슘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미네랄이 많아서 좋다는 주장과 장기간 숙성시켜 간수를 제거했기 때문에 좋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다.

소금은 미네랄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의 짠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소금이 덜 짜다는 것은 수분을 비롯한 불순물이 많기 때문이다. 짠 맛이 덜한 소금과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저염식은 전혀 다른 것이다. 덜 짠 소금을 사용하면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더 많은 양을 넣게 된다. 짠 맛이 덜한 소금이 좋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1000년 이상의 전통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고,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게랑드 염전
천일염의 명품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

염전의 위생과 천일염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당연한 노력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염전 바닥의 장판을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고 천일염의 품질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염전으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시설도 반드시 필요하다. 흙가루가 들어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우겨서도 안 된다. 염전의 함수에 남아있던 세균이 천일염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어설픈 과학으로 치장을 한다고 평범한 천일염이 명품으로 승격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천일염은 문화적으로 관심을 끌지도 못했고, 산업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것도 아니다. 2008년 소금산업진흥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천일염은 제도적으로 식용 소금으로 인정을 받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염전의 위생 관리와 노동 환경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던 것도 사실이다. 염전의 아픈 경험과 기억을 감추거나 지울 수는 없다. 오히려 아픈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과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

필자 약력 - 이덕환
서강대 교수
E-mail : duckhwan@sogang.ac.kr
서울대학교 화학과(1977)와 서울대학교 대학원(1979)을 거쳐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이학박사(1983)를 받았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원(1983-1985)을 거쳐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1985-현재)로 재직하고 있다. (사)대한화학회 회장(2012)을 거쳐 현재 (사)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론화학 및 과학커뮤니케이션이 전공이다. 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6)과 과학기술훈장 웅비장(2008)을 받았다.
저서 및 역서에는 이덕환의 과학세상,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이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09.07




農夫 崔奉煥이 傳하는 삶의 香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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