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걷기 길 | 포항 구룡포 과메기+해파랑길 14구간] “겨울 동장군이 날 데리러 오거든 과메기 한 점에 취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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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기행+걷기 길 | 포항 구룡포 과메기+해파랑길 14구간] “겨울 동장군이 날 데리러 오거든 과메기 한 점에 취해서 못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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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8회 작성일 16-0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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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장군이 날 데리러 오거든
과메기 한 점에 취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포항 구룡포, 백두대간 넘은 북서풍으로 과메기 말리기에 최적
과거엔 청어로, 요즘은 대중적인 입맛 따라 꽁치로 대부분 만들어 인기


겨울이 되면 으레 기다려지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눈, 화이트 크리스마스, 새해, 낭만적인 스키장……. 식도락가들은 조금 다르다. 이즈음이면 남쪽에서 올라오는 맛있는 별미를 그 무엇보다 더욱 기다린다. 바로 과메기다. 과메기하면 포항 ‘구룡포’가 수식어처럼 붙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요즘은 대부분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지만 과거에 과메기라 하면 으레 청어를 일컬었다.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어(貫目魚)’, 즉 눈을 꿰어 말린 생선에서 나온 말이다. 청어가 흔하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덕과 포항 일대에선 으레 처마 밑에 청어를 걸어 놓고 말려 먹었다.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처럼 청어는 많이 잡히기도 하거니와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아 옛 문헌에서는 가난한 선비가 쉽게 영양 보충을 할 수 있는 생선이라 해서 ‘비유어(肥儒魚)’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우리 속담 중에 죄인들을 오랏줄에 묶어 줄줄이 감옥으로 끌고 갈 때 쓰는 ‘비웃 두름 엮듯 한다’는 말에서 ‘비웃’ 또한 청어를 일컫는 말이다. 생선 스무 마리를 줄줄이 엮는 ‘두름’처럼 청어가 무척이나 흔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포항 ‘까꾸리계’라는 마을의 지명 또한 파도에 청어가 밀려오면 까꾸리(갈퀴)로 긁어모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만큼 포항과 영덕 일대는 예부터 청어가 많이 났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청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대타로 들여놓은 것이 꽁치다. 요즘은 청어가 다시 잡히기 시작했지만 이미 꽁치과메기에 익숙해진 입맛은 과메기 원조를 청어가 아닌 꽁치로 바꾸어 놓은 모양새다.


꽁치를 통으로 엮어 말리는 통마리과메기. 배를 가른 과메기보다 기름기가 많아 현지사람들이 더 선호한다.

청어에서 꽁치로 ‘입맛 교체’
구룡포항에서 호미곶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따르면 그야말로 한 집 걸러 한 집에서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길가에 차를 대고 밖으로 나오니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찌른다. 퀴퀴한 냄새가 아닌 깨끗한 생선이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는 맛있는 냄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탓에 어민들은 때때로 창문을 열고 과메기 널 때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과메기는 하루는 햇볕에 말리고 나머지 이틀 정도는 그늘에 두어 숙성시킨다. 햇볕을 너무 받으면 기름이 산패해 냄새가 나고 비를 맞으면 부패되어 모조리 다 버려야 한다.

“겨울에 비가 와이래 자주 내리는지…. 게다가 날씨는 와 이리 따숩노? 과메기가 지때 안 나오니 매출도 영 안 나오는기라. 작년에 300상자 팔았다면 올해는 아직 절반도 못 팔았제. 재미가 영 파이라.”

삼정리에서 자그마하게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이동제(55)씨는 “그래도 이때 과메기가 효자는 효자”라며 계속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룡포에서 생산하는 과메기는 대부분 북태평양에서 잡은 꽁치로 만든다. 가격이 싼 대만산을 쓰기도 하지만 일본산은 절대 쓰지 않는다. 연근해산보다 북태평양에서 잡은 꽁치가 지방질이 많아 맛이 더 좋다. 수입한 꽁치를 영하 10℃에서 냉동했다가 찬바람이 부는 12월 즈음부터 바깥에 내다 걸어 꾸덕꾸덕 말린다. 봄에 잡히는 꽁치는 기름기가 적어 구이와 찌개용으로 좋고, 가을에 잡히는 꽁치는 기름이 많아 과메기로 쓴다.


아침부터 소일거리 삼아 통마리과메기 엮기에 열심인 삼정리마을의 할머니들.
“과메기는 구룡포 것이 최고라. 같은 동해안이라도 똑같이 말려보면 안다. 때깔부터가 다르고 맛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구룡포에서 부는 바람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북서풍으로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있다가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가 사라져 건조하고 찬바람이 된다.

“과메기 색깔을 선홍빛으로 곱게 내려면 공장에서 난로나 선풍기를 써서 말리면 되거든. 근데 그리 하면 맛이 확 떨어지지. 다른 곳에선 바닷바람에 말리면 이 빛깔이 절대 안 나오는데 구룡포에서 말리면 자연적으로 고운 선홍빛이 난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함 무볼래?”

과메기를 전국에서 먹게 되면서 과메기 맛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비린내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염도를 맞춘 물에 세척을 더 하고 좀더 꾸덕하게 말리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과메기는 마치 소고기 육포처럼 거부감 없는 맛이 난다.

“옛날에는 청어를 묵었어. 이 근방에서 청어가 많이 잡혔거든.”

예전에는 배가 한 번 나가면 배에 가득 청어를 잡아왔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는 포항과 영덕 근방에 기름공장이 많았었다고 한다. 청어 기름은 불을 밝히는 연료로, 또는 신발 밑창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청어는 비려서 요즘 사람들 입맛에는 잘 안 맞아. 꽁치는 일주일만 말리면 되는데 청어는 시간이 쪼매 더 걸리거든. 암만케도 꽁치로 만드는 게 수지가 더 맞지.”


1 꽁치 배지기과메기는 햇볕에 하루, 이후로는 그늘에 말리면서 숙성시켜 비린내를 없앤다. 구룡포의 바닷바람은 과메기를 말리는 데 가장 적합하다. 2 꽁치로 배지기 작업을 하는 모습. 요즘은 주로 칼질을 네 번 하는 네발걸이를 한다.

아직도 이 지역 토박이들은 청어를 통째로 말린 과메기를 먹는다고 했다. 전라도 홍어는 삭히면 삭힐수록 맛이 난다지만 경상도 청어과메기는 물컹하게 씹힐 정도로만 말려 통째로 먹는 것이 정석이란다.

“뱃사람들한테는 이기 최고 안주였지. 흔하기도 흔하고 술도 안 취하고 속도 편하고. 옛날엔 집 처마 밑에 널어놨는데, 굴뚝 연기가 더해져서 꼬신내가 나는기 참 맛있었어.”

이씨는 “청어든 꽁치든 배를 가르지 않고 통마리로 말려 먹는 것이 과메기의 정석”이라 했다.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내장의 기름기가 살에 스며들어 더욱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명태가 황태로 변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배지기(배를 갈라 내장과 뼈를 발라낸 것)를 하면 높은 온도에서도 상하지 않지만 통마리는 내장 때문에 한겨울이 지나서야 맛을 볼 수 있다.

명실상부 구룡포 효자, 과메기
요즘 구룡포는 시계가 따로 없다. 과메기가 바로 시계고 달력이다. 아낙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꽁치 배를 가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작업량이 많으면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아침 일찍 배지기 작업을 끝내고 바닷바람에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낙들이 배지기 작업을 마치면 남자들은 꽁치를 덕장에 널어 말린다. 비가 오면 거두고 날이 좋아지면 다시 말린다. 밥 때는 따로 없다. 작업이 밀리면 작업장에서 대충 라면이나 끓여 요기를 하면 그만이다.

“꽁치 배지기는 두발걸이와 네발걸이가 있는데 요즘은 대개 네발걸이로 작업을 하지요.”

두발걸이는 꽁치에 칼질을 두 번만 해 배를 가르는 것이고 네발걸이는 네 번 칼질을 하는 것이다. 두 번 칼질로 배를 가르고, 나머지 두 번의 칼질로 내장과 뼈를 발라낸다. 두발걸이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지만 깔끔하게 재료를 손질할 수 있어 요즘은 거의 네발걸이를 한단다.


1 이즈음 구룡포에서는 어디서나 과메기를 먹고 살 수 있다. 구룡포항 내에는 과메기 홍보부스를 만들어 두어 시식을 하고 과메기와 피데기 등을 살 수 있다. 2 소주 안주로 제격인 과메기 쌈. 제철 배추에 돌미역과 마늘, 쪽파 등을 얹어 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3 과메기 먹는 법 ‘과외’를 해준 구룡포 ‘대게본가’ 식당 하오영 사장.

“손이 빨라야제. 칼질 네 번에 5초면 돼. 대부분 20년 이상 했으니께 이제는 알아서 손이 움직이지. 이렇게 한 번 작업하면 어떨 때는 한 사람이 2,000마리씩은 가르지.”

10월 중순부터 설날까지는 구룡포 아낙들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바빠진다. 배 가르기 작업을 마치면 세척을 하고 잠깐 자고 나와 또 작업을 한다. 이렇게 버는 일당이 숙련된 이는 하루 20만 원 정도. 부업치고는 꽤 쏠쏠하다고 한다.

“한철이니까 일 년 놓고 보면 그렇게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 고되기도 엄청 고되고. 그래도 소일거리치고 벌이가 괜찮으니까 이걸로 손자들 장난감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그랴.”

삼정리의 한 과메기작업장에서 일하는 공순분(77) 할머니는 말을 하는 중에도 열댓 마리의 꽁치를 능수능란하게 손질했다. 고되기는 하지만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소일거리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돈도 버는 게 훨씬 재밌다고 한다.

겨울 구룡포에서 과메기 먹기는 아마도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대게를 파는 집이건 횟집이건 작은 통술집이건 백반집이건 상관없이 과메기를 낸다. 굳이 주문해서 먹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한 입 먹어 보라며 푸짐한 쌈을 싸주는 것이 이즈음 구룡포 과메기 인심이다. 그중 구룡포항 근처의 한 식당을 찾았다. 이곳 역시 대게가 주력이지만 과메기 한 접시를 시킨다고 눈치를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소주에는 대게보다는 과메기지요. 서울에서 왔는갑는데 과메기 제대로 묵는 방법을 알키 드릴게.”

식당 주인 하오영씨는 과메기를 푸짐하게 내어 오면서 과메기 먹는 법 ‘특강’을 시작했다.

“일단 노란 배추 깔고, 초록 배추 깔고, 그 위에 돌미역 깔고, 땡초에 마늘・쪽파 올린 후 과메기 서너 점 초장에 살짝 찍어 올리가 쌈을 딱 싼다 이기라. 그 담엔 뭣을 한다?”

“묵는다?”

“아이지, 소주 한 잔을 먼저 딱 걸치고 묵어야지. 캬~, 내가 와 입맛이 도노?”

입담 좋은 주인장의 ‘가르침’에 따라 과메기 쌈을 입에 넣는다. 꼬들꼬들 말린 과메기가 갖은 야채와 어우러져 입안에 일류 셰프를 데려다 놓은 느낌이다. 적당하게 올라오는 비린내는 이내 기름진 고소함으로 바뀌어 입안에서 그대로 녹아버린다.

“과메기가 몸에 좋은 거야 뭐 익히 다 알고 있을기고요. 겨울에 갱상도에 묵을 기 없다고 누가 글카데? 구룡포만 하더라도 과메기, 대게, 피데기, 물회, 고래고기까지 묵을끼 천지삐까린데. 새해 일출 보러 왔다가 맛있는 과메기 묵고 가면 참 좋을기라요. 이때가 아니면 못 묵어. 꼭 묵고 가라고 써줘요.”

요즘은 택배로 나가는 물량이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배지기 15마리 30쪽짜리가 야채, 초장 등과 함께 나가는 세트가 2만5,000원 정도다. 이 정도면 4~5명 정도가 넉넉히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 한 철만 먹을 수 있는 희귀성은 과메기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과메기쌈 한 점에 소주 한 잔씩 더해지니 포구의 밤도 깊어진다. 저 멀리 바다엔 밤을 낮처럼 밝힌 오징어배가 별처럼 떠 있다. 모름지기 사람은 세상풍파에 내놓을수록 성숙해지고 과메기는 구룡포 바닷바람에 말릴수록 고소해진다. 과메기 곁들인 술잔에 나름의 개똥철학 하나를 담아 마신다.

포항의 겨울 6味

1 과메기


요즘은 주로 꽁치과메기를 먹는다. 마리 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10마리 20쪽짜리 배지기 과메기가 1만3,000원 정도 한다. 여기에 야채와 초장을 더한 세트는 2만3,000원 정도다. 파는 곳에 따라 가격차이가 좀 난다. 택배배달의 경우 대개 4,000원 정도 더 붙는다. 식당에서는 중(中)자가 3만5,000원 정도 한다.

2 피데기


반건조 오징어라 불리는 피데기는 동해안 생물 오징어를 바닷바람에 3일 정도 말린 것이다. 이즈음 구룡포에서는 과메기와 함께 피데기 말리는 모습이 흔하다. 피데기는 30% 이상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마른 오징어에 비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피데기 10마리 2만~2만5,000원 선

3 대게


구룡포 대게는 수심 200~400m 청정심해에서 포획한 것으로 전국 수협 위판량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유통단계가 다른 지역에 비해 2, 3단계 정도 생략됨에 따라 신선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구룡포항 근처에 대게 집이 즐비하며 가격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다.

4 고래고기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는 포항의 대표적 별미다. 지금은 고래 포획이 금지되어 가격이 비싸지만 과거에는 누구나 먹을 정도로 흔한 고기였다고 한다. 구룡포 모모식당(054-276-2727)은 30년 전통의 고래고기 음식점이다. 고래수육 小 4만 원. 고래육회 中 3만 원. 고래국밥(기본 2인분) 2만2,000원.

5 물회


동해안은 어느 곳이나 물회가 유명하다. 포항도 마찬가지다. 가자미, 광어, 우럭 등에 갖가지 해물을 넣어 고추장 양념을 푼 국물에 말아 먹는다. 술 마신 다음날 속풀이 음식으로 그만이다. 구룡포 대부분의 횟집에서 물회를 낸다. 전복물회 3만 원 선, 도다리물회 2만 원 선.

6 참문어


호미곶에 참문어 동상이 있을 정도로 구룡포는 참문어가 유명하다. 참문어는 주로 숙회로 먹는데 따로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삶아 먹어도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있어 맛이 좋다. 죽도시장에서 시가로 살 수 있으며 식당에서도 숙회로 맛 볼 수 있다.



해파랑길 포항 14구간
“새하얀 파도가 넘실, 겨울바다 낭만에 마음은 울렁! 호랑이 꼬리 걷기”

[해파랑길 포항 14구간] 구룡포항~호미곶해맞이공원 15.3km



해파랑길 14구간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삼정리 주상절리. 제주도의 것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직접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겨울바다는 고독하다. 하지만 겨울 고독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 한참을 곱씹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포항에는 겨울바다를 원 없이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해파랑길 14구간이다.

해파랑길은 동해안을 따라 걷는 국내 최장거리 걷기여행 길이다. 현재 총 50개 코스에 노선이 770km에 달한다. 포항에는 13~18구간, 총 6개 구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14구간은 해파랑길 포항 구간의 백미로 알려져 있다. 대게와 과메기의 본고장 구룡포항에서 시작해 ‘호랑이 꼬리’를 따라 호미곶까지 올라가는 한적한 바닷가길이다.

“바다 냄새가 물씬 나는 길입니다. 연초에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겨울바다지만 1월에 가장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날 길 안내를 맡은 (사)포항시산악연맹 신성수(50) 일반등산위원장은 “구룡포는 바다도 바다지만 일본인들이 살던 옛 모습이 잘 간직된 곳”이라며 구룡포항 근처의 근대문화역사거리를 가리켰다.

구룡포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인들이 구룡포 앞바다에 항구를 지었다. 큰 배가 정박할 곳이 생기자 일본인 어부들이 대거 구룡포로 몰려들었고 항구 주변에는 일본인들의 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는 일식 건물과 함께 과거의 사진이 붙어 있어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지금 봐선 드라마 세트장 같은 분위기지만 당시엔 일제에 핍박받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나던 거리였다. 이 거리엔 충혼탑이 세워진 구룡포공원과 구룡포의 유지였던 하시모토 진기치의 2층짜리 목조건물을 개조한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있다.

거리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포항과학기술고등학교 맞은편 구룡포리 어촌계 공동작업장 오른쪽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길이다. 오른쪽으로 파란 동해바다가 넘실거린다. 왼쪽으로는 그 바다를 마당삼아 사는 주민들의 소박한 집이 일 나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몸을 말리는 꽁치며 청어, 오징어는 조금이라도 몸값을 올리기 위해 분주하다.

방파제에선 강태공들이 올라서 낚시에 한창이다. 이때는 학꽁치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파도가 엄청나게 거세지만 강태공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으로 “방파제에선 파도가 거칠어야 잘 낚여요”라는 말만 남기고 챔질에 열중한다.

“저기로 나가보죠. 포항 바닷가는 여느 바닷가와 달리 참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 위원장의 말을 따라 바닷가로 나가 보니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 밭’이다. 용암이 흘러내리고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고 다진 해안지형은 태고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바위 밭’을 지나면 곧 구룡포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의 길이가 400m쯤 되어 여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유명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에는 해수욕장엔 사람 대신 갈매기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각자의 여흥을 즐긴다.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높은 구릉지로 올라 길을 이으면 오른쪽으로 파란 바다가 좀 더 잘 조망된다. 이곳에서는 삼정리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2004년 처음 발견된 이 주상절리는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면서 굳은 사각형의 바위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에 비하면 규모는 비할 바 아니지만 직접 내려가 주상절리를 만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1 해파랑길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걷는 데 편리하다. 2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 일제강점기 구룡포항이 생기면서 일본인들이 살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3 해파랑길 14구간을 마치는 것을 자축하고 새해를 미리 맞이하는 기념으로 상생의 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길은 계속 해안의 풍경을 따라간다. 한적한 겨울이지만 바다를 맞대고 사는 사람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과메기며 오징어는 들여놨다 내놓았다를 반복하는 작업장 사장님, 과메기 손질하느라 늦은 김장을 하는 할머니의 손길엔 여유가 없다.

삼정항을 지나면 석정리로 넘어간다. 석정리는 우리나라 동쪽 끝(경도 129.35.10, 위도 36.02.51)이다. 호랑이 꼬리 중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캠핑장과 펜션 중에는 ‘땅끝’이란 이름을 붙인 곳도 있다.

“전국에 바다와 가까이 맞닿은 곳은 많지만 이렇게 깨끗하면서도 야성적인 바다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여름에 캠핑장에 텐트 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지내는 밤이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죠.”

다무포로 들어선다. 다무포는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의 경계에 위치한 포구로 고래 서식지로 유명하다. 한때는 없는 것이 많아 다무(多無)포라고 했다는데 고래잡이가 성행할 때는 다 들고 오지 못할 만큼 고래를 많이 잡았다고 한다.

다무포를 지나 강사2리 마을회관을 지나 해안길을 걸으면 이내 나무데크길이 나타난다. 지난 태풍 때 일부 구간이 유실되어 한창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거의 공사가 끝나가는 모양새다. 도로가 끊긴 절벽을 이은 데크길은 바다와 거의 맞닿아 있다. 발아래로 파도가 세차게 와서 부딪히는 모습이 가히 달력 그림이다. 데크길을 지나면 끊어졌던 해안도로가 다시 이어진다. 호미곶이 가까워지고 도로 이름도 ‘해맞이로’로 바뀐다. 그리고 해맞이로가 호미곶길로 바뀌면 호미곶에 이르러 걷기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눈앞에 등대와 바다에 솟은 ‘상생의 손’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해가 되면 어느 곳보다 분주한 곳이다. 호미곶(虎尾串)은 소위 말하는 ‘호랑이의 꼬리’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칭송했고, 육당 최남선은 일출이 가장 멋진 조선10경으로 꼽았다.

호미곶에서 유명한 장소는 해맞이광장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소는 바다와 육지에 쑥 나와 있는 ‘상생의 손’이다. 중절모 눌러쓴 할아버지도 담배 한 개비만 물고 사진을 찍으면 ‘낭만의 마도로스’가 되기에 이곳은 늘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바다 쪽 상생의 손을 마주보고 ‘병신년’ 새해, 나름 바라는 소원도 잠시 빌어보았다. 연말연초, 걷기길 종점에서 이렇게 소원을 비는 것도 대단히 뜻 깊은 것 같다. 해파랑길 14구간은 이것만으로도 새해에 꼭 걸어볼 만한 길이다.

걷기 가이드
구룡포항에서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둘러보고 나면 줄곧 해안도로를 걷는다. 곳곳에 해파랑길 이정표와 파랗고 빨간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어 길 찾기는 수월하다. 전체 구간의 거의 90%는 바다를 끼고 걷는다.

구룡포해수욕장 전에 지나는 해안의 바위 지형은 파도가 거칠어도 사람이 걸어 다니는 데 문제가 없지만 간혹 미끄러운 바위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강사리를 지나 나오는 나무데크길은 12월 8일 현재 일부 공사 중이지만 1월쯤엔 공사가 끝나 지나가는 데 불편이 없다.

해맞이공원에는 상생의 손,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연오랑 세오녀상 등이 있다. 해맞이광장에 위치한 새천년기념관에서는 포항의 역사를 비롯해 포항바다의 화석들을 둘러볼 수 있다.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 호미곶 앞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국립등대박물관에서는 등대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구룡포항에서 호미곶해맞이공원까지 15.3km, 쉬엄쉬엄 걸으면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교통
서울에서 포항까지 KTX가 가장 빠르다.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하루 10회(첫차 05:45, 막차 22:10) 운행한다. 요금은 5만3,600원.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포항고속버스터미널까지 하루 32회(첫차 06:00, 막차 24:30, 배차간격 약 30분) 다닌다. 요금은 우등 3만1,800원, 일반 2만1,400원. 약 4시간 30분 소요.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101, 175번 버스를 타고 포스코2문 정류장에서 하차, 200번 버스로 환승(포스코본사정류장에서는 210번으로 환승)해 구룡포환승센터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택시를 타면 1만8,000원 정도 나온다. 동해택시포항 273-7319, 운불련 호출 281-2211, 구룡포등대콜택시 284-8282.

자가용으로는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나들목으로 나와 우측 구룡포・감포 방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31번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다가 동해교차로에서 구룡포・감포 방면으로 우회전해 약 7km 가다가 나곡서원 지나기 전 호미곶해맞이공원・구룡포 방면 929번지방도로 갈아타서 직진하면 구룡포항에 닿는다.

숙식(지역번호 054)
구룡포해수욕장, 삼정항, 석병포구 등 길을 걷는 도중에 식사할 수 있는 횟집이나 식당이 충분히 있다. 구룡포에서 과메기와 대게는 어느 곳에서나 먹어도 괜찮다. 대게본가(244-2603) 등. 고래고기는 구룡포항의 모모식당(276-2727)이 유명하다. 구룡포초등학교 인근의 소문난 할매국수(284-2213)는 최근 한 맛집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가 좋다. 멸치국수 小 3,000원, 大 4,000원. 비빔국수 5,000원. 까꾸네 모리국수(276-2298)에서 내는 모리국수도 별미다. 모리국수는 아귀, 새우, 삼식이 등 생선과 해물을 국수와 함께 얼큰하게 끓인 음식이다. 2인분 1만2,000원. 해녀전복집(276-9214), 할매전복집(276-3231)에서는 자연산 전복죽을 먹을 수 있다.



출처 : 월간산 2016년 01월호
/ 글·월간산 손수원 기자 / 사진·월간산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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