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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대 성호준 교수의 세상을 읽는 고전(90)] 군이부당(群而不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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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1회 작성일 16-02-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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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부당(群而不黨)


성호준 교수
群 : 무리 군, 而 : 말이을 이 不 : 아닐 부, 黨 : 무리 당


‘논어’ 제15편 ‘위령공(衛靈公)’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는 “군자는 자긍심을 가지지만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고, 무리와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君子는 矜而不爭하며 群而不黨이니라)”라 하였다. ‘군자는 장엄한 몸가짐으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며 이익에 따라 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군(群)’과 ‘당(黨)’은 모두 ‘무리’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보면 뜻에 차이가 있다. ‘群’은 군(君)과 양 (羊)의 합성어인데, 양떼가 평화롭게 무리 짓는 모습을 보고 형상화 것이다. 반면 ‘黨’은 신선하지 않은 불선(不鮮)의 뜻으로 ‘흑(黑)’과 ‘상(尙)’이 합쳐진 글자이다. ‘군’에 비하여 ‘당’에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위의 구절은 제2편 ‘위정’에서 “군자는 두루 화합하나 (이익을 위해) 무리를 짓지 아니한다.(君子는 周而不比하고)”고 한 공자의 말과도 통한다.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조익(趙翼)은 군자의 무리는 공도(公道)에 입각하기에 ‘붕(朋)’이라 하고, 소인의 무리는 사리(私利)를 위주로 하기에 ‘당’이라 칭한다고 하였다. 사사로운 개인과 정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당’이라 한 것이고, 군자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무리 짓고 서로 화합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政黨)의 수는 20개라고 한다. 또한 창당을 준비 중인 정당도 17개이다. 많은 정당들 가운데, 진정으로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혹여나 공적인 정치 집단을 사사로운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는 공자가 말한 ‘당’으로 알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다.


성호준 (영산대학교 교수, 철학박사/한의학박사, 영산대학교 동양문화연구원장 역임)




출처 : 양산시보 2016년 2월 1일 [제 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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