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8> 수감번호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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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64회 작성일 18-08-06 22:11본문
수감 번호1483 / 스펙트럼
두 발엔 무거운 자갈 주머니를 매달고
목에 쇠사슬을 묶고 있는 사람을 본적 있나요?
내가, 오늘은 그의 몸으로 들어가 볼까합니다.
우리는 지금 낯익은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가로등이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우리의 외투 자락을 부여잡으며
검붉은 기억의 밤을 영사하고 있네요.
수상쩍은 골목길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우리는, 밤의 적막함을 비틀어 쥐고
이미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 가사를
자꾸만 틀리게 고쳐서 부르다가
울기도, 웃기도 하고 소리도 지릅니다.
가로등은 하나둘 눈과 귀를 닫아걸고
골목길은 서둘러 잠을 청하면서,
우리의 이름을
“수감번호 1483 ”이라고 부르는 군요
중력에 이끌리듯 길을 걷다가
우리는 골목길 귀퉁이에서
생의 찌꺼기들이 밀봉된
종량제봉투들이 나뒹구는 걸 발견하고
습관처럼 봉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힘겹게 검붉은 기억을 토해내고, 그것은
반성문이 되어 온 길목을 뒤덮고 있네요,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오늘 밤 토사한 반성문들은
또 하나의 밤이 오기 전 치워져 버릴 것을
그렇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는 방법들을,
우리는
관만큼이나 작은 유일한 안식처에
주검같이 반듯하게 들어 누워서
실금이 자잘한 얼음 같은 동공을 닫고
습관처럼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뒤섞인 감정들의 문책을 감당하며
오지 않을 것 같은 잠을 청해봅니다
신문배달부의 자전거 바퀴가
힘겹게 새벽을 열 때 즈음
우리는 현기증 같은 지난밤의 기억을
서류가방처럼 옆구리에 끼고
집을 나서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한 별 하나가
전봇대 위에 걸려
수은처럼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의 등을 툭툭 건드리던, 나는
그를 오늘 속으로 힘껏 밀어 넣습니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곁을 내어줄까요?
길 잃은 별은 제 갈길 찾아가고 있는데,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팩트럼 시인님 게시판에서 만나 뵈니 더욱 반가운데요.
자주는 여치 없고 가씀 놀러와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