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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순 시 모음 10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4회 작성일 16-01-02 20:31

본문

이점순 시 모음 10편
☆★☆★☆★☆★☆★☆★☆★☆★☆★☆★☆★☆★
13월

       이점순

달의 어깨가 춥다.

세상의 시간에서
서슬 실린 삶
남매를 쫓던 호랑이에게
동아줄은 없었듯이
내게도 없는가

노숙에 지쳐 낙엽처럼 가벼운
네 숨소리
내 숨소리
세상엔 없을 소리를 끌어안고
누런 夕刊 밑에서 신음한다.

지구를 열 번은 돌았을 객쩍은 상념들
‘없음’으로 털어 내고
바람도 헛돌고 메아리도 돌아오지 않는
13월
빈들에 서 있다.

안개 속달이 운다.
☆★☆★☆★☆★☆★☆★☆★☆★☆★☆★☆★☆★
고래의 꿈

             이점순

게딱지같은 등걸에
꽃이 피기를

한 송이만 피어지기를,
눈물이 나도
딱 한 방울만
한 쪽 눈에서만,
떠남 그 어처구니에
딱 열흘만 아프고
가슴이 이내 비워지기를.

깊은 고요는 귀를 멀게 하고
숨소리도 내겐 없는데.
헛헛해 진 마음
파도에 쓸려 버리고
지느러미 펴고 하늘로 갈까보다.
날아서 갈까 보다.


이제 그만 바다를 떠나고 싶다.
☆★☆★☆★☆★☆★☆★☆★☆★☆★☆★☆★☆★
달팽이

  이점순


더딘 시간을
온 힘으로 밀어붙이고
오늘도 지나갔다.

한숨 잠으로 피로를 재울 시간이다.

바람이 부나 보다.
별이 지나 보다.
이슬에 함초롬한 아침이 되나 보다.
발이 무거운 나그네는 다시 등짐을 채비한다.

‘한 줌 흙으로도 남지 않을 육신을 위해
바람의 기억으로도 남지 않을 이름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 화두로 길 위의 길을 또 간다.
☆★☆★☆★☆★☆★☆★☆★☆★☆★☆★☆★☆★
동문원

        이점순
 
사람 사는 일에
오만가지 사랑이 있겠지만
슬쩍
따순 손 내밀어
보이잖게 온기를 나눠주는
미소 고운 한 사람
부처님의
지그시 내려감은 미소를 염화시중하며
오는 보살
가는 중생 가림 없다.

님에게 주어 진 시간도
내게 주어 진 시간도
한 치 偏愛가 없지만
요모조모 쓸모 있게 시간을 조리하는 님
나는 늘 시간이 없다 늘 시간이 남아돈다.
허공을 도는데...

오늘도 동문원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담은 밥
구수히 내민 하얀 미소 퍼진다.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빗어 올린 머리
생기 돋는 세월에 우담바라 피어난다.
☆★☆★☆★☆★☆★☆★☆★☆★☆★☆★☆★☆★
새 가는 곳을 그리워하며

      이점순

간밤 꿈에도 오시잖은
어머니의 당신(當身)

하늘 반쪽
바람도 반만
잔솔 우거진 당신 가슴에
새 한 마리 숨겨두시고
야윈 검지로
방바닥만 토옥 톡 두들기십니다.

노을 비낀 산마루에
눈길을 두고
당신 그립단 말 대신으로
뜨거운 새
날려 내고
오늘 더욱 허전한 한숨

삼실 세 가닥 심지를 꼬아
들기름 잔에 불을 붙이면
가물가물 꺼질 듯 밤을 새우니라.
내가
그 심지 같구나.
어머니는
세 가닥 심지 같은 목소리로
시인이셨습니다.
☆★☆★☆★☆★☆★☆★☆★☆★☆★☆★☆★☆★
서커스 소녀

       이점순

그녀는 지구처럼 제 몸을 말았다.

별 하나 두고 온
푸른 고향을
뼈 없는 몸통에 안고
제 꿈의 크기를 재지 못하고
객석의 눈동자로 눈금을 삼아
오늘을 저울질하는가

어느 흐린 날
소쩍새의 울음이 울대를 넘지 못하듯
하늬바람 어부의 돛에서 방황하듯
소녀의 눈동자는 숨죽여 웃는다.

애잔한 연기는 끝나고
사슬 같은 박수에
우렁잇속 별빛 하나
하늘 없는 허공에 날려보낸다.

지구가 그녀를 말아 안는다.
☆★☆★☆★☆★☆★☆★☆★☆★☆★☆★☆★☆★

          이점순

된더위, 무서리
지나쳐 버린 흔적
작은 눈물 한 방울
성엣장 되어
또다시
진달래는 앵돌아서고
하양 나비는
이슬 한 모금으로
지구를 돈다.

지쳐 스러질
사무침의 부스러기
하늘의 난동으로
바람은 울고
여운으로 떠돌던 지난해 매미 소리
헤집은 땅속
깊숙이
더 깊숙이

내려다본
뗏장 구름
그 위에 나
그 속에 나
아니
그냥 나.
☆★☆★☆★☆★☆★☆★☆★☆★☆★☆★☆★☆★
시(詩)를 써야 시인(詩人)

       이점순

시인이라고
천지사방에 알려놓고선
잠만 잔다.
적어도 시인이라면
고뇌에 찬 밤을 새워 눈은 충혈이 되고
봄 햇살에 나부끼는 바람
그 바람에도 철학적 상념으로
가슴은 저려야지 않을까.

밤 소쩍새 울기도 전에
시인이라고 천지사방에 알려 놓고선 잠만 잔다.
희망이라는 실낱을 부여잡듯이
단어 한 자라도 떠오를까
그래도 꿈속을 헤맨다.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어둠에서 더 어둠으로 떨어지며
걸인의 동전 그릇이 된다.
지하철 중간 참 계단에서
불쌍한 모습의 동전 그릇이 된다.
베푸는 손길이 던져준 한 푼의 단어

한 푼어치의 글을 쓰고
시인이라고 천지사방에 알려놓고선

잠만 잔다.
☆★☆★☆★☆★☆★☆★☆★☆★☆★☆★☆★☆★
울음

     이점순

내 눈은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자꾸만 난다.

하늘 가
바람 끝 저수지
메마른 눈물,
찔레
꽃 피우려던 가지
봄 햇살에 눈물,
진달래
꽃 진 고운 땅에
붉은 울음,
깊은 산
비탈에 수퀑
쿼─엉 빈 귓바퀴를 돌며
산 벚
구름 되어
고운 구름 되어
슬프지 않아도
울음 되어 내린다.

울음 길을 막아도
울음이 난다
슬프지도 않은 내 울음 눈물.
☆★☆★☆★☆★☆★☆★☆★☆★☆★☆★☆★☆★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이점순

육십을 면전에 두고
서리 꽃 핀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골 진 손등이야 하릴없는 웃음으로 넘겨보지만
동냥 귀에
참지 못한 말말께나 흘리면서
이 사람 저 사람 홀리며 나불거린다.
그대 행여 내 말에 반분이 나면
소맷자락 긴 옷으로 나를 숨기고
나풀나풀 떨어지는 꽃잎으로 어깨춤을 춘다.

산을 넘는 두루미는
말을 좋아해
자갈자갈 허공에 입을 벌리면
멀리서 산 독수리 날아와 냉큼 잡아 배를 채운다.
젊은 두루미 또 자갈 거리지만
경험 많은 늙은 독수리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산을 넘는다.
침묵으로 한 세상을 또 산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말을 하는 중생의 업이여
작은 돌 하나 입에 물고
훨훨 하늘을 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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