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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 舊. 이달의 시인
 
☆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시인의 대표작품(自選詩)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2-05     조회 : 573  



 

 

2월의 초대시인으로 서동균 시인을 모십니다.

서동균 시인은 때묻지 않는 순수한 심성을 지닌 시인,

늘 겸손하고 예의바른 시인으로 문단에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서도 틈틈이 시작활동을 통하여

일상과 문학의 접목을 꾀하고 있는 마음 따뜻한 시인입니다.

 

서동균 시인의 따뜻한 시편들과 함께 2월을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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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빨래줄 외 9편

 

   서동균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그려진 새가

비산 먼지 덮인 재개발 지구 하늘을 날고 있다

누군가 공사 가림막에 둥지를 틀어 놨다

이역만리 먼 곳이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외침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을 거다

, 항타기의 굉음이

노랗게 버석이는 연탄재를 갖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딛고 사라진다

새총으로 저항하던 그들의 깃발은

마당귀에서 삐꺽삐꺽 헛물만 켜는 녹슨 펌프

나카브 사막의 끝을 바라보던 새가

관절을 비틀듯 떨치고 일어나

철거를 거부하는 늙은 용접공의

옥탑방 빨랫줄에 앉아 하늘을 본다

부러진 철근을 용접하던

토치 불꽃 같은 초록빛 태양이

들국화가 뿌리 내린 골목을 비추고

용접공의 힘줄 같은 빨랫줄이

맑은 하늘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증발

 

   

     벽에 금이 갔어요 위아래 층에서 물을 쓰면 다 들리고요 더 갈라지나 보려고 누군가 사인펜으로

 콩콩 찍어 놨어요 어쩌면 글씨를 못 쓰는 204호 아줌마일지도 몰라요 40년 정도 된 건물인데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타일 조각 소리에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바닥을 삭삭 긁으며 시간을 밀어내기도

 해요 건조를 서두른 편백나무처럼 누르고 밀다가 더 뒤틀린 게 틀림없어요 표시를 해 놓은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옥상까지 이어져 있어요 아래층은 별로 안 그런 것 같고 맨 위층이 더 심하거든요 숲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죠 햇살에 걸린 침묵으로 가로세로 금이 선명해요

 

   간경화로 고생하던 김 씨가 지난겨울 짐을 싸서 금 안으로 들어갔어요 동네에선 혼자 살다가 숲 속으로

 야반도주를 했다고들 해요 미로 같은 금이라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매끄럽던 계단 바닥은 자식

 놈 걱정하다 흉부통으로 쓰러진 305호 아줌마의 손톱 조각이죠 어쩌면 대패를 숲으로 날려 버렸을지도

 모르죠 시멘트가 울퉁불퉁 잘 깨지거든요 재건축을 한다고 안전 진단도 받았어요 계측기들이 끊어진

 먹선을 찾아다니네요 수축 팽창에 적응하지 못한 기둥이 층층이 살점을 떨어내고 있어요 둥치가 우지끈

 흔들리면 김 씨와 305호 아줌마같이 증발할 수도 있다네요

 

 

 

 

 

신화는 살아나고

 

   

 

굴참나무에는 신화가 살아 있다

 

점토판에 새겨진 수메르의 뱀이

사막의 낮달을 나뭇잎 사이에 걸어 두고

오글오글 껍질째 걸려 있다

깊은 계곡을 베어 내는 살바람이

자드락비를 투닥투닥 망치 삼아

시간의 아랫부분부터 나이테를 새겨 넣는다

 

꿈쩍 않는 뿌리가 화석으로 묻히는 계곡

 

낮곁에 걸린 해에 지친 사람들이

너덜겅으로 걸어 올라간다

강더위에 굴참나무를 오르던 구렁이는

물낯에 탁본된 채 물 위를 건너가고

된비알마다 쑥덕쑥덕 핀 조팝나무 꽃은

가슴털이 쌓인 둥지로 박새 몇 마리를 품었다

꿈틀꿈틀 차가운 비늘들의 연동운동

푸다닥

몇 번의 날갯짓이 수면 위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유프라테스 강에서 쓰러지는 갈대처럼

또 한차례 낮달이 기울어진다

 

 

 

인사동 그곳에 가고 싶다

 

 

   

마른 시간을 움켜쥔 목조 문을 열고

인사동으로 들어선다

햇볕에 바싹 말린

고춧대, 질경이, 쑥대로 지핀 모깃불이

무더위를 쌈지길 안쪽까지 들인다

낭창거리는 능수버들 잎 소리

놋전에서 퐁당이는 풍경 소리

싸락싸락 참매미 소리

흔들리다 이내 수직으로 내려간 소리들

알 수 없는 깊이가 뼈를 세우고

설면한 말소리가 살을 만들어

오래된 시간이 낫낫하게 살아 있는 인사동

화방에 펼쳐진 화선지의 묵음을

꾹 눌러 주는 문진의 무게는

소리가 골목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한쪽으로 힘껏

잡아당기는 내력(耐力)이기도 하다

인사동 그 집의 술잔 소리가

칡즙으로 알싸하게 출렁이는 곳

인사동 그곳에 가고 싶다

 

 

 

 

 

 

회피의 진실

 

   

 

아이가 트럭에 치어 손을 내밀었죠

굳어 버린 멍한 머릿속엔 그 순간이

비디오 정지 버튼으로 노이즈가 생긴 듯

퉁퉁거리는 기억으로 흘러가곤 하죠

삼백여 조각으로 부서진 몸의 느낌은

덤프트럭보다 무겁게

수십 년 동안 가슴을 짓누르네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염산에 부식한 동판처럼

차선에 녹아들었어요

구치소 철창 같은 어둠에

저도 그 안에 갇힌 미결수였죠

아이는 저의 눈물도 모두 훔쳐 갔어요

반쯤 감긴 눈은

낚싯줄에 걸려 퍼덕이는 아가미처럼

아침 햇살을 가까스로 잡고 있었죠

돌아서면 그늘이 지는 고정된 자세로

한동안 그 안에서만 살아온 시간을

붉은 바다에 놓아주기로 했어요

 

 

 

 

광장

 

   

 

광장에 서면 소리가 들린다

공사장 복공판 아래에 동굴이 있다

굴착기로 땅을 파 내려간 흔적이

흰수염고래 줄무늬처럼

심해로 내려간다

시간이 멈췄던 흔적이다

나선형 암모나이트 화석이 작은

소리를 만든다

광장을 진동시키는 것은

알타미라 동굴벽화 붉은 들소가

뿔에 힘을 주고 달려갔기 때문일까

반구대 암각화 향유고래가

거친 물살을 헤치고 지나갔기 때문일까

벽화 속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뛰어갔기 때문일까

박달나무 북채로 가죽을 울리면

울림통에 담기는 소리로

어쩌면 그들은 오랫동안

여기서 춤을 추고 있었을 거다

끝나지 않을 긴 의식을 위해

치장을 하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다

그 소리들은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에

모였다가 흩어진다

돌절구로 찧어서 돌확에 담은 소리가

앞마당을 오랫동안 흔들듯

쌍골죽 소금 소리 향비파 소리 슬 소리가 섞이고

와공후 소리까지 들린다

그렇게 광장을 새롭게 채화(彩畵)하고 있다

 

 

 

 

다른 교실

 

 

 

  교실에 나무가 있어요 높이 자란 어둠으로 두꺼운 껍질을 만드네요 햇발과 바람이 통과한 뱀

 허물 같기도 해요 몸을 비워 사리를 남긴 누룩뱀의 몸뚱이일 수 있죠 교실은 너무 어두워 서 있는

 것과 걸어가는 것 뛰어가는 것이 한가지로 보여요 그래서 나무들마다 같은 무늬를 가지고 있나

 봐요 빈 몸에 들어와 울다 간 아이의 눈물 자국이죠 회색빛 교실에 비치는 햇살도 회색이네요

 북극지방의 백야같이 잠을 못 이루는 시간이 흔들리고 있어요 왼쪽과 오른쪽을 같이 보여 주는

 거울은 이곳에 없어요 모두가 왼쪽이거나 모두가 오른쪽인 나무들이 빼곡히 숲 속을 메우고

 있거든요 어쩌면 나무는 키가 큰 콩나무일지도 몰라요 책상이 몹시 흔들거릴 때면 새순이 돋아

 교실 밖으로 올라가거든요 어긋난 시선이 폭염에 마른 저수지 바닥으로 타들어 가네요

 

 

 

 

목련이 말하다

 

   

 

딱새가 간질이고 간 공중에

목련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린다

새색시 저고리 옷고름이 풀린 듯

, 흐벅진 봄이

목련꽃 한 송이 내놓는다

해울을 머금은 봉우리는

장대 끝에 걸린 청사초롱

은사(銀絲)로 해끗한 햇살을

푸들푸들 꺽지게 털어 낸다

화왕산에 불타는 억새가

새품을 산허리에 풀어놓듯

아릿아릿한 목련꽃이

봄날에 먼저 와 한껏 속삭인다

 

 

 

 

 

폐선

 

   

 

바다가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면

난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지

함께 있으면서도

물과 기름으로 밀고 당기지

부러진 돛대, 휘어진 방향타

유리창이 깨진 선실에

목소리 굵은 어부를 태웠던

거친 항해의 기억을

깊은 바닷속에 던진 거야

비무리가 몸을 버리고 뛰어든

시퍼런 난바다

녹슨 용골 같은 어부의 등뼈로

그물을 걷어 올리던 시간이

너울거리는 바다를 건너간 거야

공중에 연을 띄우다

실이 다 풀린 얼레 같은 선체가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로

바다를 출렁이고 있지

억센 파도의 흔적으로

몸을 삭이면서

 

 

 

 

복도를 걷는

 

   

 

건물에는 복도가 있다 걸어가는 남자 뛰어오는 여자

스치거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생각의 틀이

기다란 공간으로 들어온다

면을 밟고 가다 선으로 교차하는 곳

진자 운동은 좌우로 갈라진다

건전지를 다 소모해서 멈춘 괘종시계의 분열점이다

툭툭 떨어지는 허공에 뜬 중력의 높이

그 통로에 그림자를 가진 실체들이 걸어 다닌다

반대편을 잇는 선에 멈춘 정지와 무한의 극점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와 그 여자의 목소리가 섞인다

그들이 밟고 있는 콘크리트가 양생을 거치듯

빅뱅을 거쳐 우주가 팽창해 왔듯

쏜살같이 달려가는 가속도 붙은 목소리의 경계가

이물(異物)의 갈래로 복도를 형성한다

모든 것이

어둡고 그 남자는 두렵고

그 여자는 흥분하고 복도를 걷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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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서동균, 1970년 서울 출생, 한국금융연수원 재직

약력 : 2011년 계간 시안신인상에 옥탑방 빨랫줄4편이 당선되어 등단

201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2016년 시집 뉴로얄사우나(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출간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기타 : 2018년 중학교 국어 교과서(미래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천재교육),

고등학교 문예창작입문 교과서(경기도교육청)에 작품 수록

양현주 (18-02-05 17:09)
서동균 시인님 어서오세요
좋은 시편들 읽습니다 여기서 뵙게되니 반갑습니다^^
향일화 (18-02-11 20:50)
서동균 시인님 반갑습니다
시편마다 전해오는 선생님의 맑은 언어의 숨결에 머물러
좋은 감성을 얻어 갑니다
허영숙 (18-02-12 10:18)
시 만큼이나 성품도 좋으신 서시인님
시마을에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주신 시도 탐독 하겠습니다^^
임기정 (18-02-13 22:21)
좋은시 감사합니다
아주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童心初박찬일 (18-03-04 23:30)
반갑습니다.^^(__)
대왕암 (18-04-26 09:51)
서동균  시인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정성으로 만들어 올려주신 예쁜 글 잘 읽어 깊은 감상 잘하고 갑니다
김륭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많은 글 올려주지면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되시여 행복을 누리세요
선생님의 글 잘 모시고 갑니다 허락 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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