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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인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22회 작성일 21-12-03 11:08

본문

그해 겨울

 

그 시절 아주 긴 겨울을 보냈다.

캄차카반도에서 쿠릴열도로 이어지는

한겨울의 혹한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무섭게 내 심장을 옥죄었다.

입성마저 변변찮아 구멍 난 점퍼에는

바람도 춥다고 숨어들었고

혀를 길게 내민 신발은 발걸음을 집어삼켰다.

헤르바이트학파의 단계이론이

비록 추상개념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견주어 유사점과 차이점의 곡선이

너무 가파른 상황을 나는 수용하기 힘들었다.

빈손으로 출발한 트랙경기에서

아무리 내달린다 해도 가로막는 바람에 주저앉곤 했다.

종로 뒷골목 가득한 음식 냄새는

주린 배를 자극하며 입에 침이 괴어도

나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지팡이 없이 일어서는 일은

확률 미분방정식보다 더욱 어려워서

남대천으로 회귀하던 연어를 떠올렸었다.

도시 밤거리에 경쟁하는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기회의 불균형으로 선점의 효과를 잃어버린 나는

빈들에 홀로 남은 가련한 철새였다.

그해 겨울,

긴 목을 빼내 들고 한강 언덕에서 밤새 울다.

한강철교를 건너가는 긴 기적소리에

방황과 시름의 끈을 끊어버렸다.

그 소리는 나의 의지를 책망하는 신의 우레였다.

지금도 가끔은 기적(汽笛) 소리가 그립다.

2021.12.3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해 겨울
쿠릴열도의 추위보다 더 추운
무섭게 심장을 옥죄인 추위와
굶주림응 견디어 내셨습니다.
깊은 감명을 받으며 감상 잘하고
저도 625때를 생각하면서 머물다 갑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시간으로 보면
지금 지구는 빙하기로 달려가고 있어선지
겨울이 점차 더 추워지는 것 같습니다
제법 쌀살한 바람 불지만
마음은 따뜻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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