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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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의 숲
오래전 경적이 멈춘 기차가 숲에 멈추어있다
군중(群衆)의 마을은 멀리 있다
군중은 멀리 있고
숲은 인적 없는 곳에 버려진 기차의 동체(胴體)를
꼼짝 못하게 넝쿨식물들로 휘감고 장악하였다
숲은 풀잎들이 내는 파란 기적소리를 빈 객차(客車) 칸에 불어넣는다
녹이 슬고 방치된 증기기차가
숲이 내뱉는 청량한 산소, 숲의 숨결에
녹의 마취와 조롱에서 점점 깨어나 언제부턴가 다시
추억의 궤도를 달리기 시작하였다
풍화에 지붕 칸에 자라난 이끼를 잔뜩 뒤집어쓰고
기차의 녹슨 바퀴들도 숲의 순정부품(純正部品)이 되어
그때부터는 사람대신 숲을 싣고 달린다
지붕 칸에 덕지덕지 붙은 새똥들은
그동안 무임승차한 새들의 승차권이다
녹슨 기차가 잠든 듯 정차한 그 숲에 가면 숲이 온통 적막한데도
지워진 레일 위를 달리는 붉은 추억의 기차가 있다
그동안 숫하게 지나왔을 들판의 풍경과
레일 위의 역사(驛舍)들, 페인트칠 벗겨진 적취(積翠)의 냄새와
전신(全身)을 끌고 달리던 무쇠바람이 느껴진다
기차의 숲에 가면 기차는 죽지 않고 살아서 새들과 곤충들을 불러 모아
객차 칸에 태우고 숲을 싣고 달리고 있다
녹슨 기차가 숲을 싣고
구름 위를 날아갈 때는
완형(緩刑)의 물결이 철썩이진 않지만
스치는 구름이 해일(海溢)처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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