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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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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미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9회 작성일 22-03-14 20:00

본문

무능의 배후/ 미소..




까치발을 들고 잘 쓰지 않던 접시를 꺼내려는데
손에 잡힐 듯 뒤로 밀려난다
반사적으로 네가 팔을 뻗어 꺼낸다
샐러드가 젓가락 사이로 자꾸 빠져나간다
포크를 가져올까 생각하는데
네가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네가 지나간 자리는 균형과 각이 잡히는데
내가 손을 대면 기울거나 흘러내린다

너와 난 같은 날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너는 무슨 일이든 닥치면 해야만 하는 운명이었고
나는 너의 보조 역할만 하면 되는 운명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인지하기도 전에 너는
일을 마쳤고 나는 점점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점유지의 견고성을 의심하게 한 것은 
푸른 하늘이었을까 비를 몰고 온 바람이었을까


자꾸만 네 유능이 탐이 나서 너를 베낀다

새 노트 첫 페이지를 펼치고
ㄱ ㄴ ㄷ을 쓰고 쓰면서 가나다를 배운다
평생 너를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하나 둘 잘 할 수 있는 무엇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왼쪽에서 태어났다

나는 다만 무능을 키우는 유폐된 환경에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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