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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염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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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55회 작성일 23-02-15 01:54

본문

쓰러집니다 언어를 이어가다보니

시작과 끝이 같습니다 지팡이를

집고 두팔에 이끌려 가다가 순간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어디에 사시는지 묻습니다

내리는 눈에 혀가 꼬여들어 갑니다

친절한 아가씨가 볼을 꼬집습니다

친절한척 웃습니다

슬픈영화는 웃깁니다 슬픈사람은

연기를 하고 불꺼진 세트장에서

우리는 남남입니다 슬픔을 정리하는

노트가 있습니다 첫장부터 오열합니다

관계를 정의할 때 귀기울였다면

CPR을 알겠지만 그 누구도 못살립니다

의사가  되기엔 너무 자랐습니다

도어락에 비밀번호가 없는 집으로 

안내합니다 한동안 시작과 같은 언어가 

슬픔인걸 알아챕니다 깊은 동굴안에 

들어온 듯 조용합니다 한껏 차려입은

할아버지는 혼자 사십니다 동굴안에

물걸레질을 하지 않아서인지 씻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 씻기지 않은 냄새는 

바다에 삽니다

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를 돌아 다닙니다

옆동 205호에 먼저 벨을 누르셨습니다

그리고 그자리에 주저 앉으셨습니다

동굴속에선 입을 크게 벌려 플랑크톤을 

먹습니다 입속에 들어간 작은 플랑크톤이

삶 앞에서 초연해 집니다 현관에 서서

자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하십니다 

언어는 눈으로도 가능합니다 불꺼진 현관에

할아버지가 환합니다 몇번을 방으로

모시려고해도 못들은척 하십니다 

집까지 배웅했으니 이제 그만 저의 노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다를 헤엄칠 용기를 얻기를 

바라며 닮은 고독한 흰수염고래 한마리를 생각하다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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