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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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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7회 작성일 23-08-08 22:25

본문

저녁의 선율


 페달을 밟자 보슬비가 긴 꼬리 휘날리며 명주나비처럼 하늘하늘거립니다 건반을 두드리는 손끝에서 불그스름하게 나부끼는 화인들 야수의 심장을 뚫고 무대 위에 싹을 틔운 그녀의 학명은 스트라디바리우스예요 면도날처럼 날 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 어느새 하얀 모자를 눌러쓴 호숫가에 도착했어요 손끝에 거품처럼 와닿는 물의 뼛조각들 흘수선이 물의 늑골을 가르면 이물에 앉은 그녀의 발자국이 천공의 城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나아가지요 오수에 빠진 뭉게구름이 짙은 물가로 두 발을 뻗으면 가르마를 타듯 수줍게 뒤돌아 앉은 그녀의 나신을 보았습니다 저 파리한 물의 쇄골 사이로 일렁이는 음영吟詠들 가만히 호곡하는 물의 뼈를 침묵으로 거두는 일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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