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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길을 잃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최현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8회 작성일 24-11-22 15:51

본문


어른도 길을 잃는다*      /최 현 덕 

 

폭설로 길이 덮였지만

눈속에 길은 눈을 뜨고 있다 

 

이곳(수목장 공원),

눈꽃으로 피어난 노송 한그루

나뭇가지 끝에는 누나의

잠언 같은 말씀 한 시루가 수북하다 

 

어른도 길을 잃는다 

 

누나 생전에 심부전증으로 갈팡질팡

이 공원을 다녀갈 때 눈으로 수북이 쌓여

누나는 어른도 길을 잃는다며

암호 같은 코드를 눈 위에 그렸다

    

,엉뚱한 일탈逸脫이 말이나 돼? 

 

누나의 음성은 시리도록 쇳소리여서

어긋난 궤적軌跡은 일탈이 있지 누나

규칙적인 시각은 못 세우지 누나

엉뚱한 일탈이 말이나 돼! 

 

무너져 내린 입자들이

누나가 눈 위에 그렸던 그림처럼

길바닥에 스미고

묘비를 쓸어 내리던 내 손은

누나가 남긴 말씀을 눈 위에 새겨 놓는다

어른도 길을 잃는다’. 

 


*故 박정요 소설가의 장편소설 제목 인용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시인님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시루 속 백설기 같은 눈 쌓인 세상이 환하게 그려집니다.
그냥 흘려 보낼 수도 있는데 "어른도 길을 잃는다"라는 말씀이 정말 잠언이네요.
누나분의 말씀에서 깊은 사유를 길어 올리신 글 멋지십니다.
"어른도 길을 잃는다" 제 맘에 담아 모셔갑니다.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이 절기상으로 소설이지만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문우지기였던  소설가 박정요의 12주기 해 이기도 하구요.
허한 마음에서 두레박을 우물 깊숙이 내리고 물 한바가지 올려봤지만
허한건 그대로 입니다.
귀하신 걸음에 대접올릴것도 없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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