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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 골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08회 작성일 25-03-17 15:58

본문

             - 유리병 속 골목 -

 

유년시절 살았던 집은 굴삭기가 삼켜버린 지 오래

골목은 늙어있었지만 흐릿한 과거를 꼭 껴안고 있다

그 자리엔 새로 지은 건물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건물과 건물사이 껴있는 허름한 기와집 한 채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은 담벼락 너머로 빨래들이 널려있다

 

담과 담 사이에 움츠리고 있는 유리병 하나

낡은 골목을 품고 있었다

거미줄로 입을 봉하고 있으며

반질반질한 몸은 세월에게 빼앗겼는지

등에 수십 년을 무단노숙을 하고 있는 먼지

유리병 속에 내 유년시절 목소리가 갇혀있다

 

오랜 세월을 가슴에 품고 있던 유리병의 뚝심

골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리병은

내 눈동자에 유년시절을 살며시 꺼내준다

 

탄력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감춰뒀던 유리병

얼마든지 과거를 보여주려고 기다리던 골목

골목을 감시하려고 틈 사이에서 껴있는 유리병

지금은 홀로남아 옛 아이들 목소리를 담아두고 있다

 

골목엔 아이들 웃음소리가 홀로 남은 기와집 담벼락에 그을려 있고

옹기종기 붙어있던 기와집들을 밀치고 들어온 빌딩

우뚝 솟은 저 멋대가리 없이 추억을 지워버린 빌딩

웃으면서 앞마당을 송두리째 내놓았던 동네 사람들

이젠 반듯한 빌딩 틈에서 민들레만이 고개를 내밀고

슬그머니 노을이 다가오는 골목의 보안등은 꾸벅 졸고 있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온전함에 도전하는 사물의 다스림이 순응하는 소소한 역성을 같이 하게 하였습니다
올라서려는 안타까움 없이 영적 굴레에 든다는 환희가 환호를 부름하였습니다
된다는 아집의 열성으로 세상사 우수와 같이 하는 축복에 들었습니다

탱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탱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유년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유리병에 안에 든 옛날 집이 꼭 워터볼 안에 있는 눈 내리는 마을을 연상케 합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기억이네요. 저는 초가집과 빨래가 생각나네요.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골목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박꼭질 놀이 등등
추억이 많은 골목을 갔었는데 골목은 그대로인데 빌라만 있더군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탱크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 시절엔 골목은 놀이터였습니다.
양옥집 옥상에 널어 놓은 하얀 천 기저귀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참 흔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지요.
추억이 머문 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옛 기억 마저 지워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추억이 묻어 있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년 시절 골목은 놀이터 였죠.
엄마가 밤 먹어라!! 하는 소리에 뛰어 갔던 그 시절
시인님도 추억이 많으시군요.
시인님도 골목에 관한 시 언제 한 번 올려 주세요 ㅎㅎ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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