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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부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1회 작성일 25-04-10 13:22

본문

         - 흡연부스 -

 

담배연기는 날거나 모습을 감춘다

부스 안에 안개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다

오후의 자투리를 가만가만 매만지는 한 여자

힐을 옆으로 눕히고 앉는다

가방의 주둥이를 벌리고 꺼낸 담배

손가락 사이에 매달린 담배 한 개비

다리를 꼬고 입술로 필터를 만지작거린다

립스틱을 잔뜩 훔치고 있는 필터

연기로 스트레스를 훨훨 태우고 있다

필터를 악착같이 물고 있는 입술

입술 앞에 연기와 연기가 겹치고 겹치는 것을 즐기는 여자

빨간 손톱을 가지런히 보여준다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에서 뭔가를 유심히 보는 여유

이빨로 필터를 살짝 물고 손가락 끝은 폰을 주시한다

긴 다리를 꼬고 흔드는 모습을 훔쳐보는 눈동자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물고 있는 시간을 모으는 입술

담배를 물고 있으라고 꼬드기는 휴대폰

잠시 휴대폰 안에 갇힌 채로 머물고 있다

여자가 여자를 가둬두는 아득한 시간

비둘기 한 마리 힐 앞에서 서성인다

데굴데굴 구르는 눈알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묘사가 절창입니다.
장편(掌篇)의 영화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제 마음,
잘 감상했습니다.
남은 오후 잘 보내시고요.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칭찬 받으니 넘 기쁘네요.ㅎㅎ
오래 전에 선 보였는데 다듬어서 다시 올렸는데
아직도 맘에 들지 않네요.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늘 건필하소서, 콩트 시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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