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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태양을 들어 올리는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43회 작성일 25-09-29 18:38

본문

벽에 걸려있던 달력을 떼어 손에 들었다

 

시간이 달력을 견인하는 것인지

달력 속의 숫자가 시간을 앞서서

시계의 초침 끝으로

날마다 태양을 들어 올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우주의 색채가 묻은 밤과 낮의 숨소리를 서로 낯선 이들이 서로에게

떠먹여 주었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 토막의 햇살도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누르던 날

하루에 몇 천 번씩 얼굴을 고치는,

파도를 닮은 바람의 운지법을 훔쳐보았다

대지의 건반을 두드리며 세상을 다독이는 바람을 내 것인 양 껴안았다

경사진 밤이 상현달처럼 질긴 몸집을 불려

울퉁불퉁한 문장을 뿌리면

탈옥을 꿈꾼 내 밤의 자판은 기능을 멈추었다

 

내일이 담긴 숫자로 또 갈아타야 할 시간,

오늘을 담은 거울이 흐릿하다

빨간 동그라미 속에 갇힌 숫자들은 여전히 불면증을 앓는다

달력이 넘어가는 길은 언제나 편도,

때로는 그 길에 가슴을 후벼 파고 가는 발자국을 남길 때도 있었지만

달력은 절벽으로 서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일이 담긴 숫자로 날마다 갈아타는 것이
태양을 들어올리는 일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유추해 봅니다.
달력은 절벽으로 서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는 말이 눈길을 끕니다.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니 그게 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태양을 들어 올리는 일은 단순히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넘어
하루를 버텨내는 노동, 감정, 생존의 행위로 보고
하루 남은 9월달 달력을 미리 떼면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투적인  언어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 기법을 잘 묘사하신것 같아요.
시는 감상이 아니라 독자를 긴장시키는 힘이 있다 했는데
수퍼스톰 시인님의 시는 늘 새롭습니다.
꼭 성공하시리라 기원드립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시인님  제 시에 비해 너무 좋은 말씀을 주신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써 놓고 보면 어딘가 부족한 것 같고
살을 붙이다 보니 태연스럽게 거짓말도 하게 되고... 아무리 시를 써도 쉽지 않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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