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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근육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97회 작성일 25-10-15 11:20

본문

뽀얗게 분을 찍어 바른 낮달,
모딜리아니의 눈을 가진 달의 얼굴에서

헐겁게 흘러내린 웃음이 창백하다

눈동자가 없어서 더욱 완벽한 얼굴에

수천, 수만 년을 흘러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소망과 눈물과 한숨을 섞어 얹어놓았으면

저토록 울음에 체한 색깔로 숙성되었을까

토르소의 하얀 침묵은 낮달의 감춰진 또 다른 이름,

구겨진 하늘 언저리를

응고된 침묵으로 수없이 다림질했다

태초부터 달은

어떠한 풍경도 거절하지 않은 거울이었다

달의 난간 외에 딱히 기댈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하여 달은 빛의 근육을 숙성시켰다

생의 표지가 해진 이들이 각혈해 놓은 흔적을 차마 지을 수 없어

누구나 눈을 맞출 수 있도록 화인처럼 간직해왔다
태초의 달빛을 집어삼킨 이들의 목에 차오른 이물감, 눈물이 번진 얼굴로 토해야만

붉은 신열이 가라앉았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시간의 물집 속에 들어있는 달의 목소리를 자막 없이 읽는다

 

스스로 소멸을 사랑한 노을,

천체 위에 쓰러진 혈흔 같은 노을을 환약처럼 개어

입속에 털어 넣었다

내 이름이 파계된 유품으로 추가되는 날까지 나는 매일 밤 달의 뒤편에서

신과 숨바꼭질해야 한다

오늘은 신에게 들키지 않고 달빛 한 움큼 훔쳤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분을 찍어 발랐다는 표현 참 이쁘게 다가오네요.
마지막 연 마지막행 넘 좋네요.
잘 빚은 시는 감상하는 즐거움과 힐링을 줘서 감사하기만 합니다.
귀한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의 다리 긁는 소리 같은 시에
좋은 말씀을 얹어 주시네요.
요즘 시상이 낚이지 않아 전에 써 놓은 글 뒤적이다가 올렸습니다.
글을 확장하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움이 있네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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