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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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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70회 작성일 25-11-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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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산문)

                      -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스무나흘의 고난이 지나고 하느님이 그를 찾아갔다. 나에게도 저승으로 소풍을 다녀온 시인이 있다. 그가 오늘 밤 나에게 찾아왔다. 


 남묘(南廟)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 

 기어코 바람이 열고 

 열사흘 달빛은 

 이미 과부의 청상(靑裳)이어라* 


  그의 시는 바람으로 시작한다. 그놈의 바람, 우리 동네에도 참 많이도 골바람이 불었다. 이웃집 아줌마들의 치맛바람에서 개혁, 개방의 바람까지. 이제는 AI바람까지. 나는 천주교 신자지만 참선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내 모가지가 단칼에 잘려나가는 죽음 같은 고요가 좋다. 고요를 덮고 죽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큰 축복일까. 사람들은 숱한 돈과 시간을 들여 성지순례를 간다. 신을 만나러 가는 그들에게 단칼에 말할 수 있다. 그곳에는 악취 나는 신의 주검만 있다고. 그곳에 당신의 절대자는 없다고. 밥 먹을 때도 똥을 싸지를 때도 하느님은 그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무신다. 그리고 나는,


  사마귀의 집게발에 난 솜털만 한 뿌리라도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시인의 거대한 뿌리처럼. 오늘 밤도 골방에 등짝을 찍찍이처럼 붙이고 풀처럼 눕는다. 풀뿌리처럼 눕는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눈을 뜬 채 무한의 그루터기에 눕는다. 침묵이란 낱말조차 사그라든 물방울처럼 차곡히 쌓이는 어둠 속,


  고요조차 느낄 수 없는 그 묵음의 길에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 하느님도 내가 보고 싶은지 밤의 어귀를 지나 나에게 오신다. 그리고 멀뚱히 날 보시다가 나란히 곁에 누우시며 말씀하신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살라 하신다.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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