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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라는 사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26회 작성일 25-11-20 02:30

본문

그곳이라는 사랑


      

여름휴가 때 산 책에

이런 문장이 음각돼 있었다

 

겨울이 오면

다 뿌리치고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처럼 사무쳤다

문장을 면도칼로 오려내고 싶었다

오려낸 문장을 주머니에 넣고

나도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어둠이 쏟아지면 별이 되어

   

반짝이는 별의 뒤쪽엔

돌아가지 못한 마음이

차가운 돌멩이처럼 뒹굴고

    

어둠 속에 눈이 멀어도

그리움이라고 부르면

눈을 떠서 먼 곳을 바라본다 

사랑이라 부르면 두 눈이 젖어오고

  

형벌은 아니지만

 

식지 않는 마음은

겨울이 오면 겨울의 방식대로

흩어져갈 것이다

 

허공을 허공의 방식대로 하얗게 채울 것이다

   

칼자국이 선명한 그 문장도

하얀 허공의 마음에 덮여       

밥 짓는 냄새로 가득 찬

저녁 골목길처럼 깊어갈 것이다

   

그리고 길 위에는

별의 뒤쪽에서부터 시작되었을

한 켤레의 하얀 발자국

   

그 뒤를 따라가면

노란 불빛이 기다리는

그곳에 닿을 것만 같아

    

털모자를 눌러 쓰고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마음 

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곳이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움과 사랑과 기다림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 문장을 면도칼로 오려내고 싶다"에 잠시 꼿혀서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향필 하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이 와도 식지 않을 시의 마음을
보여주셔서 저에게도 힘이 됩니다.
신발 끈을 야무지게 고쳐 매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참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cosyyoon님의 댓글

profile_image cosyyoo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어 하나 하나가 단단하고 탄력이 가득합니다!
깊은 사유도 한 모금 받아 갑니다.
문우님의 항필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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