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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것들이 밀려드는 해변을 보았어
사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들려주는 창세의 소릴 듣고 싶지만
사람들은 바다를 둘러싼 패권 이야기나
기후변화로 잠긴 섬, 미세플라스틱 이야기만 떠들곤 하지
사실은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
속 깊은 바다의 이야기가 달 밝은 밤이면
부레처럼 떠올라 찰랑찰랑 넘지곤 해
찰나의 기억들이 전갱이 떼처럼 몰려다니며
추격을 벌이고 부딪쳤던 인생이 물안개처럼 떠오르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의 거친 파도가 앞을 가로막기도 해
그럴때마다 나름 물살을 가르는 참맛을 느끼며
지느러미를 저어 앞으로 나가지
그네들이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우리도 새 지평을 열어가지
계절이 떠밀려오고 다른 무리가 내 곁을 침범하고 상처받은 것들이 아픔에 쓸려나가기도 해
오는 것과 가는 것이 물 속에서도 눈에 띄었어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른 종류지만 그 감각을 몸에 익히려 노력하지 나무에게 나이테가 있듯 비늘에 오롯이 새겨지지
사람들은 몸뚱이만을 그릇에 담길 원하지만
내 인생 전부가 아니라면 나를 안다고 말하지 못해
기껏해야 손에 베이는 기억만을 추억할 뿐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
비육했던 살만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갈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