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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침묵-옹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6-05-11 19:08

본문

수직의 침묵

       -옹벽

 

그래도 눈물이라는 배출구가 있어서

이토록 긴 시간,

나는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낙엽 한 장조차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비탈을 사랑한 운명이기에

끝에서 매듭 짓듯

차가운 가슴으로 경사면을 안고 때로는 등에 업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수직으로 침묵을 세웠다

그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기울지 않기 위해

속을 비우고 또 다져야 했고

스스로를 짓눌러 더 단단해져야 했다

 

오랜 기다림에 조바심 내지도 않고

입속의 침조차 말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입었다가 벗어놓은 해진 꿈은

곧 사라질 무지개 같아

처음부터 바라본 적도 없었다

 

오늘도 나의 몸은 엎질러지지 않았다

 

문상을 받는 상주의 회색 표정처럼

큰 돌의 울음을 머리에 이고 굳은 심정으로 서 있었다.

 

눈물은 흘러도 괜찮지만

몸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울음을 꾸역꾸역 안으로 삼켰다

말 대신 침묵으로 답하고

감정 대신 형체를 남기는 것

이것이 내가 택한 존재의 방식이었다

 

그대와 내가 만나는 경계는

늘 물음표가 끼어 있는 내 몸의 바깥 선,

그 어떤 온기도 미끄러져 내려가는 냉담한 표면 위였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누군가의 무너짐을 막아냈다는 사실이

나를 존재하게 했음을

나는 언제나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무거운 울음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을.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의 한 장면도 그런 모습이 나오죠.
3연이 공감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옹벽을 보고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은유적으로 써보았습니다.
옹벽이 버티듯 인간도 내면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지 않을까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장희 시인님.

힐링3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3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옹벽이 존재하는 내면적 고백을 통해서
철저한 고독과 외로움의 싸움!
이것을 세상 속 가장으로 대입 시켜보면 한 가장이
지켜가야 하는 실체적인 위기의 순간순간을
등뼈로 버터내고 참아내고 눈물을 흘려서는 안되는 절대의 정신과
숭고한 혼의 불을 켜서 지켜가야 하는 생의 순례길!
옹벽! 거기 그렇게 서서 지탱해야 하는 이 숙명의 길!
허물어진다는 것은 모든 것과  신뢰가 관계가 허물어지고
국가로 확장 시켜보면 이것은 생존이자
도전 앞에서 승이냐 패냐의 가림길에서  처절한 이 싸움의
파노나마!
이것을 직시하는 옹벽의 위엄과 옹벽의 쓸쓸한 형상을
침묵의 눈빛으로 포착해 내어 큰 대어를 건져 올렸습니다.
이것은 수퍼스톰 시인님만 할 수 있는 존재의 방식이자
이 도발적인 심오함이 주는 스릴은 한 편의 영화입니다.
입체적이고 내면적의 힘의 균형을 펼쳐 놓아
숨조차 쉴 수 없게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의 글보다 시인님이 쓰신 시평이 훨씬 빛이 납니다.
무너짐을 건디며 고독 속에서도
수직으로 자신을 세우는 존재의 존엄을 적어 보았습니다.
말 대신 형체로,
울음 대신 침묵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옹벽의 강인함,
운명과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며 침묵 속에서 견디는 힘을 드러낸 옹벽이 부럽기도 합니다.
좋은 글을 주시느라 이른 새벽 긴 시간을 할애하신
힐링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솔바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바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필 비탈을 사랑한 덕에
큰 돌의 울음을 이고서도
침묵 할 수 밖에 없는 옹벽의 마음을
읽습니다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무거운 울음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꽤 있지요

잘 감상했습니다ᆢ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옹벽에 군데 군데  수분 배출구에서 물이 흐르는 곳
그것 마져 없다면 옹벽은 토압을 견딜 수 없겠지요.
사람도 눈물이라는 배출구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늘 건필하세요.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직시하는 삶의 무게를 은유와 사유의 물결로 일취월장하셨습니다.
우렁찬 박수를 보냅니다.
잔 파도가 큰 물결을 일으키듯  눈물의 여백을 새삼 느껴보고 갑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한 글에 좋은 말씀으로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좋은 하루 열어가십시오. 시인님.

준범님의 댓글

profile_image 준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의 글을 읽고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혼자 삭이고 버텨온 사람만이 길어올릴 수 있는 표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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