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고스란히 전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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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나를 신고 걷는 동안
길의 질감은 매번 뒤바뀌었다
거칠고 험한 사면(斜面)을 구두가 먼저 헤치고 갈 때
내 꿈의 배후는 언제나 안전했다
구두가 닳아가는 속도는 관심 밖이었다
오직 내 뒤꿈치에 잡힐 물집의 유무만이 세계의 초점이었다
차창 밖으로 길을 흘려보내며
나는 구두를 사소한 도구로 전락시켰다
가죽의 신축성과 질긴 수명만을 저울질할 뿐
예전처럼 무릎을 꺾어 의지하지 않았다
구두가 나를 신으면서부터 소리는 소멸했다
밑창이 해지고 빗물이 스며들어도
구두는 고통의 무게를 내게 고스란히 전가했다
구두의 바닥이 지워질 때
나라는 존재의 밑바닥도 극점에 달했다
낡아 처진 몰골 위로 초라한 침묵이 고였다
밤새 엎드려 시큼한 발냄새를 맡는 밤
잠마저 쫓아내는 그 고약한 냄새는
내가 바닥을 기어온 흔적이었다
가장 낮은 바닥과 완벽히 밀착했을 때 역설적이게도
구두인 나는 하늘과 맞닿았다
구름의 속살을 밟는 듯한 아찔하고
영원한 보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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