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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고스란히 전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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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힐링3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6-05-25 00:04

본문

구두가 나를 신고 걷는 동안

길의 질감은 매번 뒤바뀌었다

거칠고 험한 사면(斜面)을 구두가 먼저 헤치고 갈 때

내 꿈의 배후는 언제나 안전했다

구두가 닳아가는 속도는 관심 밖이었다

오직 내 뒤꿈치에 잡힐 물집의 유무만이 세계의 초점이었다

차창 밖으로 길을 흘려보내며

나는 구두를 사소한 도구로 전락시켰다

가죽의 신축성과 질긴 수명만을 저울질할 뿐

예전처럼 무릎을 꺾어 의지하지 않았다

구두가 나를 신으면서부터 소리는 소멸했다

밑창이 해지고 빗물이 스며들어도

구두는 고통의 무게를 내게 고스란히 전가했다

구두의 바닥이 지워질 때

나라는 존재의 밑바닥도 극점에 달했다

낡아 처진 몰골 위로 초라한 침묵이 고였다

밤새 엎드려 시큼한 발냄새를 맡는 밤

잠마저 쫓아내는 그 고약한 냄새는

내가 바닥을 기어온 흔적이었다

가장 낮은 바닥과 완벽히 밀착했을 때 역설적이게도

구두인 나는 하늘과 맞닿았다

구름의 속살을 밟는 듯한 아찔하고

영원한 보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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