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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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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문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861회 작성일 15-08-25 19:33

본문

경로잔치

 

       김영선

 

 

 

거기에는,

몇 잔의 술과

약간의 음식과

얼마간의 유희가 있겠지만

 

시나이산으로 향하는 선지자를 묵묵히 따르는 무리처럼

비를 맞으며, 혹은 우산을 들고 혹은 고개를 들어

천막이 처진 아파트 광장으로 얼굴을 두며

혹은 숙어진 고개를 들지 않고 땅만 보며

경로잔치 플랭카드 휘날리는

손등에서 팔등으로 이어지는 경사도만큼 기울어진 길을

묵묵히 오르는

거북이 등짝같은 무리의 보폭은

일정하고 진지하다

 

한숨이 들어사는 뒷골목을 돌아

기름진 욕망이 눈알 부라리는 날래고 잽싼 한길을 돌아

비빔밥처럼 수고로운 길을 왔어도

 

그거면 된다는 듯이

애초에도

그거면 되는 것이었다는 듯이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7 10:02:54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4

댓글목록

멋진중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멋진중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설이나 수필처럼 술술 읽을 수 없는
시의 함축된 언어가 싫어서 시를 피해다니다가
얼마 전부터 시를 읽으며, 가끔 시쓰는 흉내를 내며,
그리고 시어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흠뻑 빠져있습니다.
"경로잔치"를 읽고 빠른 시일 안에 이런 시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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