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무덤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귀 무덤*
남해의 잔잔한 눈동자 지켜보는
사천 와우각에
새겨진 조명군총,
몸 낮춰 볼 부비는 갯바람
스며드는 그곳에 나는
왼 쪽 귀 하나 두고 왔다
뎅강무덤이며 뎅강무데기며 귀무덤이며,
정유난 명인들이면 어쩔까나,
지나는 길에 멈춰 선 누군가
나처럼 한 쪽 귀 내려놓고 돌아설 때
암각으로 가슴에 새겨지는 이총!
바람이 불면 그림자로 머리를 풀고 일어서는 이야기가
아직도 허공을 떠돌고,
어떤 생들의 끝없는 화두를
묻고 또 물어도 허공을 맴돌다 들어와선
나갈 길 찾지 못하는 무덤가에는
질긴 인연처럼 먹먹한 침묵이 흙을 움켜쥐고 엎드려 있었다
거기 환영처럼 잔디는 우거지고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옛사람의 자취가
늦가을 스산한 바람의 갈피로 얇게 저며져서
남겨진 귓바퀴에 짤랑거리며 모여들기도 할텐데
시간을 거슬러 굴러온 돌 하나가
멈춰 선 그곳에서
두 발목을 얽어버린 오래된 뿌리가
수 백 년 묵은 물줄길 퍼 올려
내 정수리에 새 잎을 피우고,
*귀 무덤: "조명군총" 경남 사천에 있는 무덤, 정유재란당시 왜인들이 조, 명 연합군 시신에서
코, 귀 베어낸 뒤 버려둔 시신을 모아 만든 무덤, 85년 경남기념물로 지정 보존하고 있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3-28 14:00:33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