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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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얼굴
거리에서 길잃은 바람을 데려와
얼마동안 같이 살기로 마음먹었다
고개를 돌리면 나 여기 있노라고 귓가에서 느껴졌고
걷다가 궁금해 하늘을 올려다보면 옷깃을 흔들면서 지나갔고
외출했다 문을 열면 나보다 먼저 빨리듯 방안으로 들어왔다
때론 고향과 부모를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한번은 산책하다가 너의 얼굴이 보고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자 마치 역정을 내듯 갑작스레 내 앞에서
거리에 누운 나뭇잎을 쓸어 먼지를 내고 간판을 흔들고
서있는 자전거를 심하게 흔들어댔다
그러던 어느날 밤
늦게 술취해 비틀거리다 불이 환한 쇼윈도우를
두 손으로 짚었을 때
유리창 안에서 어떤 왜소하고 초라한 늙은이가 손을 맞대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가닥 안되는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8-17 11:06:0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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