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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1회 작성일 20-06-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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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포대기에 꽁꽁 싸여서 어머니 등에 업혀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그리운 것을 배웅나갔었다내 조그만 얼굴에 선홍빛 열꽃이 지나갈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발을 동동 구르시며 나비꽃 원추리꽃 사루비아꽃들이 만발한 둔덕을 오르내리셨다. 꽃술은 가팔랐지만 어머니 이마에는 땀방울 하나 없었다


폐선 하나가 거꾸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깃털은 수국(水菊)의 깃털이었다. 

파르르 떨렸다. 


서서히 가라앉아가시던 어머니께서는 내게 비린내 풍기는 갯펄의 진흙을 먹이셨다. 업힌 나는 버려진 연탄재와 초라하게 엎드린 집 지붕들과 졸졸 흘러가는 더러운 개천물 그 속에 버려진 개 한 마리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개의 시체가 부패하여 점점 더 형체를 잃어가는 것을. 구더기가 파고들어가고 파고나오며 안구가 사라지고 젖은 천처럼 생긴 것이 부풀어올라 얕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것을. 내 삶을 마중나온 첫번째 쾌락은 이것이었다. 


목걸이에 작은 갑각류가 매달려 있던 개의 입 바깥으로 길게 뻗어나온 혀를 볼 때마다 나는 타오르는 오줌을 포대기 안에서 누었다. 뜨뜻하고 축축한 것이 버둥거리는 내 두 다리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어듭고 캄캄한 후박나무들 사이로 홍역이 퍼져나갔다. 실오라기같은 강물이 거듭 겹치자 그 안에서 음영(陰影)이 생겨났다. 팽팽한 줄이 더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포대기 안으로 방금 소녀 하나 잡아먹은 들개가 기어들어왔다. 새빨간 혀를 길게 길게 뻗고 있었다. 들개는 내 가슴뼈 안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들개가 방금 잡아먹고 온 소녀를 생각했다. 나는 그 들개의 하반신이 왜 껍질 벗겨져 있을까 궁금하였다. 녹슨 철조망을 조금 뜯어내자 새하얀 빈 의자가 하혈(下血)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청록빛 풍선 닮은 것이 날아가 버린 아름다움의 잔해만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무마다 애벌레 들끓는 하얀 손가락이 땅을 뚫고서 하나 하나 땅 위로 빼꼼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소녀를 업었다. 나무둥치 조용히 쓰러지는 땅 위에 여기저기 돋아난 손가락 뼈들이 꽃봉우리를 내놓으려는지 한꺼번에 달그락거렸다. 몽글몽글 젖가슴이 부풀어오르려는지 한번 더 떨었다. 느슨한 손톱이 얼굴을 찌푸렸다. 등에 업힌 소녀가 내게 매달렸다. 뒤돌아보았더니 내 등에는 유월 햇살이 그저 속이 비어 투명할 뿐이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01 08:02: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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