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筆揮之(일필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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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일필휘지)
비렴(飛廉)
붓대 살짝 돌리며 살핀다
짜 놓은 물감은 수(穗)를 적시나
색은 뿌리를 침범할 수 없다
그러고자 하지 않아도 이미 그런 것
가만히 눈감았다 안을 휘젓고선
뜬다
심호흡 가볍고도 깊게 퍼뜨리곤
혀끝에 칠 할의 바람을 머금는다
생애 젓가락질을 몇 번이나 했던가
붓 쥔 손이 그보다 앞선다
쿠욱! 누르고선
입술 사이로 스미듯 뱉으며
당겨 내린다
소름처럼 일어서는 하나하나
꺾이고 갈라지고 마르는 모든 것을 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나아가다
무겁게 밟고 돌아서야 하는 법
마지막 한 걸음 내디디면 안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배웠다
갈라진 끝 외면하며
머물던 자리 내려다 보니
달아나는 것이 빈 것과 닮았다
* 수(穗) : 붓의 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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