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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도종환(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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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水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09회 작성일 15-09-02 19:51

본문

시래기/ 도종환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서리에 맞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댓글목록

디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디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시래기를 무의 말린 잎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시에서 시인이 그것을 어떻게 사유하고 의미를 확장해 가는지 보는게 재밌고 즐겁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발견을 줘서 저는 시가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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