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관악산 아래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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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 관악산 아래 -
캄캄한 집이었다.
불빛의 집.
하늘은 어두웠고,
그 어둠 속에서 텃새들이
제 몸무게를 떨치며 날아올랐다.
그렇게 날기 위해
나는 몇 번을 죽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작은 새장을 가지고 있어.
그 새장은 늘 비어 있지.
그 문장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작은 새장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만큼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던 그 자리.
이름도, 빛도 닿지 않는 곳에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나는 울지 못하는 아이였고,
울 일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내 안의 감정은 얼음장처럼 단단했고,
그것을 깨는 일은
세상의 소음이나
사람의 온기로는 불가능했다.
그해 겨울,
우리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말을 줄이고,
표정을 지우고,
생각을 덮고,
감정을 감췄다.
밤마다 창가에 앉아
숨죽여 내리는 진눈깨비를 바라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희미한 빛과
얼어붙은 손끝의 감각,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등을 바라보던
그 겨울의 조용한 방.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는 그 문장을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을 지키기 위해
나는 감정을 버렸다.
가로등 불빛을 머금은
그날의 눈길 위,
발밑에 남는 소리는
얼어붙은 신발 속에서
나직하게 부서졌다.
바람이 스치는 언뺨을 타고
기억들은 접히지 않은 채 남았고,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못한 날들이
조용히,
쌓였다.
텃새들은 그 어둠 속에서,
나와 달리
한 번의 떨림으로
하늘을 가르며 올라갔다.
누구도 손잡아줄 수 없었다.
그건 나의 새장이었고,
나만이 부수지 못한 벽이었다.
무슨 꿈이 곱더냐.
무슨 기억이 그리 찬란하더냐.
어머니 손끝 같은 진눈깨비,
내 헝클어진 눈썹을 갈퀴질하며
언뺨을 후려치고
그 자리를 도로 어루만지는 겨울.
나는 지금, 살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쁨의 증명이 아니라,
고통의 연습이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내게 감정이 없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감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날들의 무게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이다.
관악산의 그림자 아래,
나는 감정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아무도 닿지 않는 겨울을
조용히 건너왔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울 일이 많았던 사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