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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조) // 일상의 공복 / 박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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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95회 작성일 15-07-09 13:58

본문

   일상의 공복

 

 

 


     쓸쓸한 공복처럼 지금 막 헤어진 사람 돌아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뒷모습처럼   
     

     날마다 느끼는 이 참담이 성에 낀 고름이다
   
     대답이 없을 줄 알면서도 버릇처럼 묻고 무작정 누군가를 기다리는 해질녘 공허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유서처럼 서늘하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거니 하면서도 옷깃을 여미는 날이 부쩍 더 잦아지고
  

     넋 놓고 건너는 하루 그 세월이 끝없다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 수로 이뤄진 연시조이다. 각 수에서 공히 초장, 중장이 한 행 한 연을 이루고 종장이 독립돼 또 한 행 한 연을 이루고 있다. 초장, 중장에서는 시조의 시상 전개에 맞게 정경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한 행 공백을 둬 그리움이나 인생의 의미를 한참 생각게 한 후에 종장에서 그 정경의 정과 의미를 온몸으로 싸안는다. 연으로 독립된 종장에서는 종장 특유의 정형과 구성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초장, 중장에서는 음보율에는 충실하되 음수율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해 한 행으로 자연스레 엮이게 했다. 형태상으로는 초장, 중장의 긴 행과 운율로 산문시처럼 읽히게도 하고 여백과 장단이 있는 6행 6연의 모던한 형태의 자유시처럼 보이게도 한다.

    실제 이 시조는 각 행과 행간에 내포된 서정 또한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이나 박용래 시인의 〈고향〉 같은 자유시 절창처럼 모던하면서도 시리고 아프고 가슴 미어지게 한다. 시조의 정형률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이 시는 또 산문시의 운율에 통달해 음과 양을 자유자재로 교접시키며 우주의 운율을 낳고 있는 정진규 시인의 〈율려시집〉 운율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렇듯 이 시조는 자유시나 산문시 절창들과 비교해도 형태, 현대성, 내밀한 서정성은 물론 시조 특장인 운율과 긴장감과 종결감 있는 구성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현대시조의 진경(珍景)을 보여주고 있다.

이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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