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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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나는 흔들린다
청년시절 밑줄치던 역사책의 몇구절들이
푸른 표피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발끝으로 떨어진다
지력에 붙잡혀 흰 구름처럼 떠돌지 못할 뿐
나는 바람이 부는대로 눕는다
세찬 비바람에는 흙탕물에 얼굴을 묻고서
흔들리고
밝은 달이 비추는 날에는
꿈속에서도 흔들리는 나를 본다
나에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내 의식이 닿지 않는 저 뿌리 뿐이다
오늘 밤, 내가 읽는 책에는 밑줄을 치지 않으리라
태생의 운명이 흔들림이라면
행간의 여백에
그저 소망 하나 풀어놓는다
내일은 그 흔들림이 잔잔한 풀피리 소리되어
소박한 풍경의 일부이기를
그대, 점자처럼 내 하루를 더듬어 읽어 낼 때
흔들림도 때로는 푸른 물결로 출렁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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