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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78회 작성일 25-12-27 13:36

본문

환승

                         /장 승규


그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열차는 곧 종착역에 도착합니다

지난 어느 역에선가 

미리 내리신 분 없으시길 바랍니다

가끔은 빈 좌석이 보입니다


혹시 종착역에서

내리지 않는 분 또한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열차는 더 이상 가지 않습니다


내리실 때는

승차권은 챙기시기 바랍니다

굳이 하차역을 미리 확인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이 열차에 두고 내려도 좋을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도착하면 지체 없이

이음열차로 갈아타셔야 합니다


승객 여러분

2026호에서 모두 뵙기를 바랍니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12.27)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 「환승」을 읽으며

장승규 시인의 「환승」은
우리가 우연히 열차 안에서 듣게 된 하나의 안내방송처럼 들린다.
그러나 가장 먼저, “그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한 문장으로 시는 이미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건너온 관계의 공간이 된다.

이 시는 시작부터, 이미 비어 있는 자리를 먼저 보여 준다.
‘빈 좌석’은 이 시에서 가장 말이 적은 이미지다.
설명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저 가끔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이미 내린 누군가의 부재이자, 언젠가 비게 될 나 자신의 자리처럼 느껴진다.
이 시는 죽음을 말하지 않지만, 부재를 풍경으로 남겨 독자가 스스로 그 의미에 닿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미리 내린 사람’과 ‘끝까지 내리지 않는 사람’을 동시에 염려하는 시의 태도다.
너무 빨리 내려도, 끝내 내리지 않아도,
모두 시간 앞에서는 어긋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시는 조용히 병치한다.
어느 쪽도 비난하지 않고, 다만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절제된 거리감이 시 전체를 품위 있게 만든다.

시 속의 안내는 내리기 전에 승차권은 챙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오는 말은 이 시의 방향을 바꾼다.
"굳이 하차역을 미리 확인할 필요는 없다"는 말.
하차역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불안한 확인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이 열차에 두고 내려도 좋을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라는 말은
이 시를 단순한 정리의 시에서 윤리의 시로 옮겨 놓는다.
독자에게 결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나는 무엇을 끝까지 붙들고 가려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아도 좋은가.

마지막에 이르러
“이 열차의 종착역입니다”라는 선언과 “이 방송은 다시 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공간의 끝과 언어의 끝을 차례로 닫는다.
열차보다 먼저 말이 멈추고, 말이 멈춘 뒤에야 독자는 혼자 남는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마지막 인사가 들린다.
“2026호에서 뵙겠습니다.”

이 인사는 확정도 아니고, 약속도 아니다.
다만 다음 열차를 맞이할 수 있을 만큼 짐을 정리한 사람에게 건네는 조심스러운 바람처럼 남는다.

「환승」은 한 해를 보내는 시가 아니다. 한 해라는 시간을 건너기 직전,
무엇을 손에 쥔 채로 갈 것인지,
무엇을 조용히 내려놓아도 되는지를 잠시 스스로에게 묻게 하는 시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Transfer
                                            / Sankei Jang

Thank you for having traveled with us
so far.

This train will soon arrive at its final destination.
Upon arrival

At a previous station,
we hope that no one has disembarked.
At times, empty seats may be seen.

We also hope that no one remains on board
at the terminal station.
This train goes no further.

When disembarking,
please remember to take your ticket with you.
There is no need to check your destination again.

However, there may be things
you can afford to leave behind on this train.
Please take a moment to look over what you carry.

Upon arrival,
passengers are requested to transfer immediately
to a connecting train.
This announcement will not be repeated.

Dear passengers,
we hope to see you on Train No. 2026.


(At the study in Johannesburg, December 27, 2025)

김부회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부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군요...
어쩌다, 어쩌다 하다
어쩔 도리 없이 보냅니다.
한 해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좋은 글 많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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