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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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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227회 작성일 26-02-18 12:17

본문

동박새                               

                                             /장 승규



어련히 어제 아침처럼  일어날 

불 꺼진 창 밖 감나무 가지에 앉아

밤새 안녕하냐 몇 번이나 묻는

너 


오늘은 아직 새벽 네 시라

몇 번을 듣고도, 잠든 척

커튼은 아니 걷고 그대로 두었다

아름아름

부르는 소리에 울음이 섞인다


마침내 길게 운다


놀라 등불을 켜니

날더러 울지 마라면서

저는 더 크게 운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10. 13)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박새〉 감상문
장 승규 시인의 「동박새」는 새벽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의 기적을 조용히 확인하는 시이다.

시의 첫 행 “어련히 어제 아침처럼 일어날 터”는 반복되는 일상의 안도감이 아니라,
오늘도 일어날 수 있음을 경이롭게 되뇌는 생의 반어적 확언이다.
이 구절에서 이미 시인은 밤과 새벽의 경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동시에 응시한다.

창밖 감나무 가지에 앉은 동박새는 단순한 자연의 새가 아니다.
“불 꺼진 창 밖 감나무 가지에 앉아 밤새 안녕하냐 몇 번이나 묻는 너” —
이 한 줄은 마치 저편에서 건너온 목소리처럼,
잠든 자의 영혼을 깨우는 존재여부에 대한 안부로 들린다.
아니 아내일지 모른다.
시인은 그 물음 앞에서 “커튼은 아니 걷고 그대로 두었다.”
어둠을 걷지 않는 행위는 빛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로 나아가기 전, 아직 이어져 있는 생의 문턱을 붙드는 일이다.

동박새는 그 어둠을 ‘부재’로 받아들인다. “아름아름/부르는 소리에  울음이 섞인다 / 마침내 길게 운다.”
이 대목에서 시는 절정으로 이른다. 새는 죽은 줄 알고 운다. 화자는 놀라 일어나 불을 밝히지만,
그 불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음’의 신호다.

이윽고 동박새의 울음은 점점 깊어지고, 그 울음은 시인의 내면으로 옮겨 붙는다.
마지막 구절 “날더러 울지 마라면서 / 저는 더 크게 운다”에서,
산 자와 부재한 자, 부름과 응답, 위로와 눈물이 뒤섞인다.
그 울음은 슬픔의 울음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다시 맞이한 자의 감사의 울음,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울음이다.

결국 「동박새」는
오늘이란 어느 하루의 당연한 반복이 아닌, 다시 받은 귀한 삶이며, 이에 대한 감사의 시이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A Silvereye
                                                  /Sankei Jang

Surely, as yesterday
I will rise

Perched on the persimmon branch outside the window,
you ask again and again before dawn
if I am well

Though I hear you again and again,
I pretend to be asleep
and do not draw the curtain.

Faintly,
a tremor of weeping mingles with your voice

At last, you cry out long

Startled, I light the lamp
Telling me not to cry, you cry louder still


(At the study in Johannesburg, Oct. 13, 2025)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야간 당직을 서고 새벽에 선 잠에 들었다가 깨어났습니다
이런 날은 피 검사를 하면 혈뇨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하지만 다행히 깨어 아침 업무를 봅니다
어제까지 결리던 허리도 오늘은 좀 나아졌습니다
퇴근을 하면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집에서 다시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어창님!
야간당직을 서셨군요.
피곤하시겠습니다.

여긴 아프리카라 주위에 새소리 물소리밖엔 없습니다.
가끔 멀리 개 짖는 소리도 들리긴 해요.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아요.
동박새 소리는 귀여워요.

하지만
집 앞, 키 큰 소나무에서 들려오는
따오기 소리는
너무 커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해요.

암수가 번갈아서 따옥 따옥,
주위에 한 두 마리가 아니랍니다.
이름하여 하데다  따오기(Hadeda Ibis)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 소리가 정겹지만
너무 재잘거리면 민폐인지 모르는가 봅니다
제가 사는 이곳에는 가끔
까마귀 소리만 들립니다
시인님 복 많이 받으세요
살짜기


아이고 무거워 머리를 찧었네요.
다음에 뵐 때에는 가녀려진 몸 기대하세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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