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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을 교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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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40회 작성일 24-01-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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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을 교체하다                                          

성영희


일정한 소리의 반복은 지루한 이탈이다
파동을 거두면서 달리는 기차
끝없이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는 바퀴 소리에는
마모된 시간을 공글리는 기점이 있다
덜컹거리는 진동 위에 앉아있는 나와
창밖, 어슴푸레한 얼굴은
겨울바람에도 머리카락 하나 날리지 않는다
달리는 말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보는 인디언들처럼*
흐릿한 영혼 하나를 옆에 앉히고 간다

종점에서 다시 한 량의 머리를 갖다 붙이면
감쪽같이 선두가 되는 긴 몸통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후진의 생각을 바꿔 달면 다시 돌아갈 집이 생기는 것
찾아보면 누구에게나
후미에 붙일 수 있는 머리가 있다
늘 선두를 강요받는 머리
지루한 영혼을 벗어나고 싶을 때 고개를 돌리듯
궤도를 이탈할 수 없는 기차도
선두와 후미를 살짝 바꾸고 싶은 것이다
뒤쪽으로 멀어져간 마을과 나무와 구름들이
다시 안기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후진으로 2박 3일을 달려간다는 북방 열차를 떠올린다
그 옛날 건장한 화부 몇 태우고 달리던
지붕 위의 흰 연기는 볼 수 없지만
단잠을 깨우던 홍익요원의 목소리
기타를 든 여행객들의 푸른 노래가
국경을 넘는다

떠나온 것도 돌아가는 것도 뒤돌아보면
끝없이 뻗은 레일의 간격이리라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면 빛을 만나듯
와르르 쏟아지는 별무리 속을
후진으로 달리다 보면
이미 앞서고 있는 선두를 만날 것이다

 
*인디언 속담

<흙빛문학 79집> 신작시 초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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