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어젠 아주 늦은 시간에 잠을 들였다네.
유튜브 영화 검색을 했더니 '판도라'란 영화가 올라있어 새벽 한 시쯤, 평소처럼 보다가 잠 들일 요량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 젊어서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날밤새기가 예사였는데 나이 드니 그게 다 수면제더군.
근데 시작하고 1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안 오는 거야. 아니 잠이 막 달아나더군.
자넨 그 영화 봤나? '판도라'
우리가 가끔 출장가고 했던 그 월성 원자력 발전소 같았어.
그 부근에 지진이 났고, 참 실제로도 얼마 전에 그 부근 경주에 지진이 났었지 아마? 지금도 여진이 생기고 있고...
그 영향으로 발전소가 폭발하고 엄청난 재앙이 시작되는 거지.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한전...그들이 자기들 좁은 시야에 갇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져만 가고...
결국 몇몇 의인들의 희생으로 그 위기는 수습되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재난 영화의 정석 같은 영화였다네.
왠 영화 이야기? ㅎㅎ 사실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네.
새벽 3시가 넘어 잠이 들었고 부스스 잠을 깬 7시 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고국 뉴스부터 살폈지.
새 대통령 출마자들의 이야기, 구속 수사를 받고있는 전 대통령의 이야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 이야기...등등.
요즘 여러가지 뉴스들이 워낙 민감한 사안들이지 않은가...
그러다가 그 뉴스를 보았지. 그녀가 떠났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배우였던 그녀의 이야기라네.
삼 십년 전, 딱 1년 반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직장 선배들과 처음 의료기 수입오파상을 차리고 여의도 어느
낡은 빌딩에 좁은 사무실 한칸을 얻어, 나름 분주하게 영업활동을 하던 시기 쯤이었을 거야.
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길, KBS 여의도 별관 부근 건널목 신호등 앞에 지친 몸으로 신호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길 건너편이 환한 거야. 해 멀쩡히 떠있는 오후 무렵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건너편을 살폈지. 저 환한 빛의 정체는 무엇인가 싶어서.
그 곳에 그냥 평범해보이는 원피스를 입고서 그녀가 서있었네.
그런데 그녀에게서 환하게 빛이 우러나는 거야.
신호가 바뀌고 그녀와 내가 건널목에서 서로 스쳐 지나간 단 한번의 그 짧은 순간이 우리 인연의 전부였다네.
사무실이 여의도에 있다보니 더러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보통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군...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녀는 아니었다네. 아...저래서 톱 탈랜트들을 두고 스타라고 하는가보다...싶었지.
그 후로도 어여쁜 여자 탈랜트들을 더러 보았지만 그녀처럼 스스로 빛이 나는 그런 탈랜트는 본 적이 없다네.
그후로 나는 그녀, 김영애씨를 말 없이 응원하는 팬들 중의 한사람이 되었지.
한 여자로서 굴곡 많은 삶을 살았지만, 그녀는 극 속에서는 말 없이 울며 기다리는 수동적 여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때론 자식을 위해서 늘 투사처럼 강인하게 장벽에 부딛혀나가는 그런 역할을 잘 하더라구.
그랬던 그녀가 췌장암을 못 이겨내고 오늘 우리 곁을 영영 떠나버렸다네.
내 마음에 스스로 빛을 내며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남은 그녀가 떠난 날 아침, 나는 그녀를 내 기억 속에
오래 간직해 두기로 했다네. 고 김영애씨...그녀의 명복을 빌면서도 말이지.
내 속에 그녀를 아주 오래 전 환한 빛으로 왔던 어느 한 순간의 그 모습으로 조금은 더 살게하다가 떠나보낼
생각이라네.
그녀가 떠났다는 뉴스 읽고서 까지만 읽고서
고 김영애님 이야기구나 직감이 왔고 읽어 내려가면서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칩니다
물가에는 아주 어릴때 민비역을 맡아서 열연을 하던
예쁘고 야무지고 서늘한 연기에서부터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지요
참 기구한 삶을 살기도 한 그녀의 떠남을
이렇게 글로 공감하게 해 주시는 님이 계시니 떠나신 분도 그렇게 외롭지 않을것 같습니다
스스로에서 빛이 나 보일만 할것같습니다
같은 여자가 반할 정도로 고운 분이셨어요~!
아름다운 사람도 부자도 비켜 갈 수 없는 병마의 침입
건강 검진을 안하셨을 리도 없는데... 안타깝습니다
특히 췌장은 장기안쪽 깊은 곳에 있어 잘 뱔견이 안된다고도 하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