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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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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21-10-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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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처럼

영국의 식물 수집가 리처드 스프루스는 식물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열대 남아메리카에서 15년을 보냈다.
수천 킬로미터의 강과 숲을 걸으며 수많은 고난을 겪고 병을 앓았다.
열악한 생활을 견디면서 채집한 식물 표본은 7,000종이 넘었다.
그중 수백 종이 처음 발견한 신종이었다.
채집할 수 없는 표본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게 적은 채집 일지와 여행 기록이 수천 쪽에 달했다.
역경을 이겨 낸 여행기와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화려한
식물 이야기는 책과 논문을 출간하기에 충분한 자료였다.
하나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그것들을 과시하거나 출판하지 않았다.
그가 관심 가진 것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끼였다.
그는 이끼처럼 조그만 식물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책을 냈다.
특히 우산이끼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스프루스는
이 작은 식물을 보며 기쁨을 느꼈다.
“이끼는 적도의 평야에 사는 덤불과 고사리 이파리 위로 기어올라
그들에게 섬세한 은녹색, 황금색, 적갈색의 장식이 달린 옷을 입힌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물질을 만들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먹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인간에게 착취되지 않아도 되므로, 신이 내어 준 자리에 머물며
무한히 유용하다. 제 자신에게는 여전히 쓸모 있고 아름답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아니겠는가."
긴 여행에서 지치고 두려울 적마다 스프루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식물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려 개울이 불고 짜증이 차 오를 때마다 나는 단순한 이끼를
사색하며 하늘에 감사할 이유를 찾는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이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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