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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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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5-03-02 05:39

본문

시든 꽃

가을이 내리던 날 요양 병원 문을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엄마…여기 한 달만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이 엄마 걱정은 말고 어여가"

"엄마 ,걱정하지 마
딱 한 달만 있으면 돼 알았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추락하는 눈물에 들어있는 아픔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헤어진 뒤,
엄마가 잠들지 않는 바다를 닮아가고 있는 걸 알았는지
아들은 한 달 뒤 겨울의 문턱을 밟으며 병원을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늙은 이 애미 걱정을 말고 젊은 너 걱정이나 혀"

바람길 숭숭 난 가슴을 애써 숨긴 아들은 병원 앞마당에 핀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빈 화병에 꽂아두며,

"엄마…. 저 꽃병에 꽃이 시들기 전에 꼭 다시 와서 엄마 데리고 나갈게"

희망 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의 귀에 다른 가을이 와도
아들의 발소리는 들려 오질 않았지만, 꽃이 시들면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일 매일 시든 꽃 병에 눈물을 채워 넣으며 아들을 바라보듯
웃음 짓기만 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 꽃이 다 시들었는데 제가 버려드릴게요"

"안 돼! 손대지 말어" "시든 꽃" 이라도 아름다워서일까?

세월바람에 꾸덕꾸덕 말라져 가는 꽃들을 매일 매일 눈에 넣으려
간호사의 호의조차 거절한 할머니는, 행여나 그 꽃이 사라지면
기다리는 아들이 오지 않을까 봐, 만날 순 없어도 느낄 순 있다는 듯
시든 꽃만 온종일 바라보고 있는걸 보며 병실 안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딱 보면 몰러….. 아들이 버리고 간 거지"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지"

깎아지른 인생 길에 다시 찾아온 가을이 문을 닫고 가버린 자리에,
또 다른 얼굴을 내민 가을 따라 마디마디 심어놓은 서러움으로
하루를 버티시던 할머니는, 바람 한 장보다 가벼웠던 삶을 지우고
기다림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난 병실에는, 시들어버린 꽃만이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백만 번 시들어도 기다리고픈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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