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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네 그냥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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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1회 작성일 25-03-16 07:07

본문

할 수 없네 그냥 사는 수밖에

네 명의 죽마고우가 있었다.
현역에서 기관장, 은행가, 사업가 등으로 눈부시게 활동하다가
은퇴 후에 고향에서 다시 뭉쳐 노년기의 우정을 나누었다.

날마다 만나 맛 집 찾아 식도락도 즐기고 여행도 하니
노년의 적적함 따위는 없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하기를 우리가 지금은 괜찮지만
더 늙어 치매가 온다든지 몹쓸 병에 걸려 가족을 힘들게 한다면
그것도 못할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비상약을 구할 생각이라네.
무슨 비상약?
응 내가 곰곰 생각해 보니 잠자듯이 죽을 약이 없을까 생각했다네.
수면제 같은 것은 처방전이 필요할 거고 다른 방법은 번거롭고
주변이나 가족들에게 민폐이니 옛날의 고전적인 방법을 찾아냈다네.

그게 뭔데?
내가 알아보니 복어 알 말린 것이 최고라네.
그걸 먹으면 졸듯이 자울자울 하다가 고통 없이 간다잖아.
이리하여 네 친구는 비상약 한 봉지씩을 가족 아무도 몰래 소장하였다.
어쩔 수 없는 비참한 노년을 위한 상비약이었다.

80을 지나 옛날보다 만나는 횟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생의 고비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살아왔다.
그사이 한 사람은 황혼 이혼을 했고, 한 친구는 젊어 이혼한 전 부인과
다시 황혼 재혼을 했고 한 사람은 부인이 암으로 이별을 했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는 아버지가 안 돼 보인다고
아들 내외가 지극 정성으로 합가 하자고 해서 전 재산을 사업 자금으로
물려주고 합가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딸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그 착한 며느리는
노인 냄새난다고 눈치를 주며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젊은 날의 카리스마, 그 위엄은 종이호랑이처럼 구겨진 채
방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마누라 제삿날 예수 믿는다고 제사도 안 지내고 딸들도 오지 않으니
쓸쓸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난 뒤 내색 않고
추모 관으로 아내를 찾아갔다.

"내가 갈게 여보 기다려~"
그 날 밤 절친들에게는 짤막한 우정에 감사하는 글을 남기고
딸들에게 절절한 사과 글을 남겼다.
아들 며느리에게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간직해온 그 '비상약'을 꺼냈다.
그것은 마치 비상약이 아닌 삶의 질곡으로부터 탈출할
열쇠처럼 느껴졌다.

생수 한 컵에 갈색 약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모처럼 편한 잠자리에 들었다.
자울자울 하다가 이제 저 세상으로 가겠지.
이 세상 아무런 미련도 없도다.

다음날 아침, 그 친구로부터 세 친구들에게 온 메시지

"그 비상약 모두 버려 아무런 약효도 없어."
복어 독도 오래되면 독이 모두 사라져버린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힘들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느냐고 앞으로
어쩔 거냐 묻는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어쩔 수 없네. 할 수 없이 그냥 살아야지
근데 자네들 만나니 왜 이리 반갑고 좋으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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