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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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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회 작성일 26-05-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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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박목월



내가 6살 때 였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글이 쓰고 싶으셨는지 저녁을 먹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상을 가지고 오라 하셨습니다.

책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밥상을 책상으로 쓰셨습니다.
어머니는 행주로 밥상을 잘 닦아서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책상에 원고지를 갖다 놓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나에게 세살 된 여동생을 등에 업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같은 포대기를 덮고
"내 옆집에 가서 놀다 올께" 하고 나가셨습니다.

나는 글 쓰는 아버지 등 뒤에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죠.
얼마를 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보니까 아버지였습니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도 어머니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가서 어머니를 좀 찾아 오너라."

나는 자던 눈을 손으로 비비며 털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였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집 저집 어머니를 찾아 다녔지만 찾지를 못했습니다.
지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 오려다가 갑자기 어머니와 제일 친한 아주머니가 아랫동네에 살고 계신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집에 한 번만 더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전봇대가 있고 그 전봇대 옆에 나보다 더 큰 눈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눈사람 곁을 스쳐 지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동규야~" 하고 불렀습니다.

보니까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철철 맞으며 머리에 쓰고 있던 보자기를 들추면서 "너 어디가니?"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볼멘소리로 "어머니를 찾아오라고 해서 아랫동네 아줌마 집에 가는 중입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내 귀에다 입을 대고 물었습니다.
"네 아버지 글 다 썼니?"

나는 고개만 까딱 거렸습니다.
어머니는 내 등을 밀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 사건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삽니다.
세월이 갈수록 내 머리속엔 몇 시간씩이나 눈 구덩이에 서서 눈을 맞으며 세 살 된 딸을 업고 계시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세 살 된 내 여동생이 아버지가 시를 쓸 때 울어서 방해가 될까 봐 그렇게 어머니는 나와서 눈을 맞고 서 계셨던 겁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다닐 즈음에~ 조금 철이 들어서 어머니에게 한번 물었습니다.
"엄마, 그때 얼마나 힘들었어? 돈도 많이 벌어오지도 못하고. 그런데 어머니는 뭐가 좋아서 밖에 나가서 일도 하고 힘들게 고생하면서 밤에 애를 업고 밖에 나가 있었어?"

나는 어머니가 우리집 생활을 끌고 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물어본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웃으면서
"그래도 니 아버지는 밤에 그렇게 시를 다 쓰고 나면 발표하기 전에 제일 먼저 나보고 읽어보라고 해"하고 웃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어가면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詩 한 편을 읽어보라"하는 아버지의 배려의 힘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은 이런 배려를 통해서 서로 사랑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글 / 박목월의 아들 박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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